[르포] 소액생계비대출 출시 첫날 현장…사전예약 없이 와서 실랑이도

입력 2023-03-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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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 직원이 상담 중에 예약 안내까지
"최고 연 15.9% 금리 과도하다"
금융위, 4월 3일부터 상담인력 추가 확충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마련된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 안내판. (유하영 기자 haha@)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마련된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 안내판. (유하영 기자 haha@)

27일 다중채무자인 A(36) 씨는 ‘소액생계비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 광진구 광진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지난 22일 사전예약을 한 A 씨는 이날 창구 상담을 통해 아파트 관리비를 포함한 생계비 용도로 총 80만 원을 대출 받았다. 이미 직업이 있는 A씨는 20분 동안 이뤄진 상담에서 취업 프로그램 등을 안내받지는 않았다. A 씨는 “카드빚으로 돌려막고 있는데 금리까지 너무 올라 생계비까지 막막한 지경”이라며 “작은 돈이지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 원까지 당일 대출을 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출시된 첫날, 창구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사전 예약률 98%를 기록할 만큼 인기였지만 약속된 시간에 상담이 이뤄지면서 큰 혼잡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낮 12시께 찾은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는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을 위한 창구가 세 곳 마련돼 있었다. 이날 중앙센터를 찾아 대출 상담을 받은 사람은 약 45명이었다. 광진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경우 두 곳에서 대출 상담이 이뤄졌다.

광진구 센터 관계자는 “원래 한 군데에서 햇살론17 대출업무를 했었고 직원 한 명을 추가로 보강해 소액생계비 대출업무를 보고 있다”며 “하루에 10명 이상 정도 예약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2일부터 24일까지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 예약 신청을 받은 결과 예약 가능 인원의 약 98%인 2만5144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이면 연체자이거나 무소득자여도 최대 1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전국 46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출시 첫날 현장에는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을 위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르고 지원센터를 방문한 이들도 많았다.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한 60대 남성은 “손님도 몇 명 없는데 지금 해주면 되지 않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창구 직원이 이 남성에게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자 남성은 “그럼 지금 예약을 빨리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60대 남성은 직원에게 예약해야 하느냐고 물은 뒤 바로 뒤를 돌아 나왔다. 그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방금 알았다”며 “이제 금리 수준과 한도를 알아보고 예약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대 100만 원 한도와 최고 연 15.9%의 대출금리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광진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신용회복위원회 대출을 받았다는 최모(63) 씨는 “방금 연 4%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며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는 최고 연 15.9%, 줄어도 연 9.4% 수준인데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반면 같은 센터에서 소액생계비대출 80만 원을 받은 장 씨는 “금리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정말 바닥에 있는 사람, 급한 사람을 지원하려면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려면 온라인으로는 안 되고 오프라인으로 직접 와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순 자금 공급만이 아니라 복지 연계, 채무조정까지 함께 하려는 목적이 있어서 대면 상담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최초 대출 6개월 이후 추가 대출 시에는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게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온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하루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에 사전예약제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사전 예약이 필수라는 점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찾은 두 센터에는 추가 인력이 필요해 보였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한 이들이 상담 중인 창구 직원에게 문의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창구 직원 두 명이 소액생계비 상담을 예약한 이들의 상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예약 방법까지 안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기존 서금원 상담 인력 확대 외에도 다음 달 3일부터 상담인력을 추가 투입해 일주일간 375명의 상담 여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전지용 서금원 팀장은 "첫날 1200명이 상담을 예약했고 90% 정도가 상담을 완료했다"며 "오늘 오후 7시까지 대출금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 팀장은 "사전에 상담 예약을 하는 경우,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하기 때문에 방문 상담을 하는 경우 소액생계비대출 승인율은 80~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앙센터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진행한 상담사는 "직장인, 일용직, 프리랜서 등 많은 직군의 서민이 방문했다"며 "차주의 개별 상황에 맞춰 신용회복, 취업연계 등 종합적인 상담 후에 소액생계대출 안내를 했다"고 답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운영현황 따라 보완방안 마련ㆍ추가 재원 협의할 것"

앞서 이날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울 양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이 이뤄지는 현장을 점검했다.

김 위원장은 “연 수백% 금리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고 공공 부문에서 제공하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게 돼 의미가 매우 크다”며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들에게 대출뿐만 아니라 채무조정, 복지제도, 일자리 연계 등 복합상담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므로 내실있는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소액생계비대출이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운영 현황을 봐가며 필요한 보완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필요 시 추가 재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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