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위기 진원지’ SVB 인수

입력 2023-03-27 17:11 수정 2023-03-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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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IC “예금·대출 인수 계약 체결”
밸리내셔널뱅코프와 경합 끝에 승리
퍼스트시티즌스, 미국 25위 은행으로 도약
사태 일단락됐지만 불안감 여전

▲퍼스트시티즌스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퍼스트시티즌스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30위 규모의 지역은행 퍼스트시티즌스뱅크셰어스(이하 퍼스트시티즌스)가 이달 초 파산해 글로벌 은행 위기의 진원지가 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하기로 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퍼스트시티즌스와 SVB의 모든 예금 및 대출에 대한 구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FDIC는 “퍼스트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 지점을 인수하게 된다”며 “SVB 파산 전 운영되던 17개 지점은 ‘퍼스트시티즌스’라는 새 이름을 달고 이날 오전 문을 열게 된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퍼스트시티즌스는 SVB의 예금 1190억 달러(약 155조 원)를 물려받게 되며 720억 달러 자산은 165억 달러 할인된 가격에 인수한다.

다만 압류된 SVB의 자산 중에서 약 900억 달러 규모의 유가증권 및 기타 자산은 처분을 위해 법정 관리 상태로 FDIC 측에 남는다. FDIC는 최대 5억 달러의 잠재적 가치가 있는 퍼스트시티즌스의 주식 평가권도 취득한다.

FDIC는 SVB의 모든 예금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예금보험기금에 약 200억 달러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손실 비용은 파산 관리를 종료하는 시점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FDIC는 10일 파산한 SVB의 자산을 압류하고, 파산 관재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FDIC는 경쟁 입찰에서 SVB 인수처 선정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난항을 겪었다. 당초 20일 입찰 마감이었지만, 24일까지 연장해 모집했다. 상업은행과 자산운용 부문을 나눠 입찰에 부치는 등 한층 입찰하기 쉬운 조건으로 변경하면서 인수자 찾기에 열을 올렸다.

퍼스트시티즌스는 밸리내셔널뱅코프와 SVB 인수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본사를 둔 퍼스트시티즌스는 미국 상업은행 가운데 30위 수준인 중소은행이다. 총자산은 약 1093억 달러, 예금 보유액은 약 894억 달러다. 이번 거래로 퍼스트시티즌스는 자산 기준으로 미국 상위 25위 은행으로 도약하게 된다.

프랭크 홀딩 주니어 퍼스트시티즌스 최고경영자(CEO)는 “FDIC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놀라운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퍼스트시티즌스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인 SVB를 감당할 자금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퍼스트시티즌스는 이전에 위기에 빠진 경쟁 은행들을 인수한 풍부한 경험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인수로 SVB 파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시장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니 시커모어 IG마켓 애널리스트는 “SVB가 인수자를 찾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지역 은행들의 예금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다음 폭풍이 불어닥치기 전 약간의 고요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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