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저출산 정책, 시작부터 틀렸다

입력 2023-03-28 06:00 수정 2023-03-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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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뉴스부장

난제(難題)다. 저출산 문제 말이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도, 유로존 주요 경제국인 프랑스도, 한때 너무 많은 인구 탓에 고민이었던 중국마저도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바 없다.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합계출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오지랖 넓은 지구 반대편 기업가까지 “한국의 출산율에 변화가 없다면 3세대가 지난 후엔 한국의 인구는 현재의 6%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당정도 위기를 인식한 듯 저출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제가 너무 어려웠던 탓일까. 허무맹랑한 답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집권 여당이 내놓은 “서른 전에 아이 셋을 낳은 남자의 병역을 면제하는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대책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저출산의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대책” “정말 기가 찬다” “특정 계층만을 위한 맞춤형 정책?” “현 정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반쪽짜리 대책이다” 등 거센 반발이 쏟아진 것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저출산 문제는 지난 20년 간 모든 정부에서 중심의제로 다뤄왔다. 그간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만 380조 원이 넘고, 정책은 3000개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본지는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아기발자국을 늘려라’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필자도 TF팀에 참여했다. TF팀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타당한 대책을 제안하기 위해 전 세계 저출산 해결의 롤 모델로 자리 잡은 북유럽 국가들을 직접 찾았다. 필자는 스웨덴과 핀란드를 취재했다.

북유럽 출장에 앞서 사전 취재 준비로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에 대해 조사하고, 방문 국가의 저출산 정책과 비교·분석해봤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북유럽국가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북유럽 국가가 자랑하는 1년 육아휴직은 물론 남성 육아휴직제도까지, 한국 저출산 정책은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문점을 안고 출장길에 올랐다. 스웨덴·핀란드 현지에서 출산 정책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부처장, 교육부 차관, 어린이집 선생님, 학부모 등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책은 비슷했으나, 정책이 만들어진 목적과 실현되는 방식이 애초에 달랐다. 아이를 ‘낳는 것’에만 집중한 우리의 저출산 정책과 달리 이들 국가는 아이가 태어나 어떻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혹자는 우리와 사회·경제·정치적 환경이 전혀 다른 북유럽 국가의 복지정책을 좇아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단순화하고, 무분별하게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이면에 담긴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 정책에 적용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만난 사회보건부 국장 니클라스 야콥슨은 “스웨덴에 출산율만을 높이는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북유럽 어떤 국가도 출산과 보육만을 저출산 대책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양성평등, 고용, 교육, 노후 등 종합적인 가족 정책을 바탕으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속 행복한 국민을 만드는 것이 이들 국가가 추진하는 가족 정책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우리 국민은 말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기에 앞서 엄마와 아빠,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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