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기업 투자 가로막는 규제해소가 답이다

입력 2023-03-29 05:00 수정 2023-04-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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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주머니! 윤석열 정부가 정부규제를 지칭하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기막힌 은유다. 달리기 선수에게 모래주머니를 채우면 절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모래주머니와 같은 존재다.

은유를 잘한다고 규제개혁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제개혁은 실체적 노력의 산물이다. 국민과 기업의 규제애로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야 하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분석하고, 규제 권한을 모래주머니처럼 쓰고 있는 관계 부처 공직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노력이 집중 투입돼야 가능하다.

여기서 규제개혁의 우선순위 문제가 나온다. 이 같은 노력을 어떤 규제를 푸는데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가라는 질문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경제전체에 미치는 ‘기대성과’가 큰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답할 수 있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규제부터 제거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반도체 집적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19년의 일이다. 총사업비 120조 원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와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공장에 쓸 공업용수 인허가 과정에 거의 4년을 허송세월해야 했다.

반도체는 속도 경쟁이다. 4년을 허비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10년 이상 후퇴시킬 수 있었던 전형적인 모래주머니 규제다.

이 같은 기업투자 애로 사례는 즐비하다. 조선소가 생산성향상을 위해 용접로봇을 도입하려 했더니, 안전을 위해서 로봇 한 대당 근로자 한명을 배치해야 한단다. 아니 그럼 왜 로봇을 도입하지, 로봇도 도입하고 사람은 사람대로 쓴다?

산업단지 입주자격을 표준산업분류 상의 코드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해 공장을 짓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3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자금을 마련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을 산단에 입주시키려 했던 한 기업의 사례가 그것이다.

오창에 이차전지 공장을 짓고 있던 다른 한 기업은 공사과정에서 위험물 취급소 설치요건을 맞춰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공사를 변경하려 했으나, 관할 소방서와 1차 협의 결과 사실상 이제까지 지은 것을 다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자연녹지인 땅을 민간 기업에 판 후 기업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용도변경을 신청하면 100이면 100 거부당한다. 정부는 땅을 팔아 돈을 챙기는데, 민간 기업이 그 땅을 활용할 수 있게 해 달라면 안면몰수다.

과거에 기업들은 중기계획을 3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세웠다. 요즘은 광속의 디지털 시대다. 사업계획 주기가 중기는 1년, 단기는 3개월로 단축되는 세상이다.

A기업은 한 공장을 시대의 대세에 따라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13만㎡의 공장 증축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장총량제에 따른 공장건축허용물량을 추가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A기업이 2021년 수요조사 때 전환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불가’를 통보했다. 정부가 이러면 기업은 결코 3개월, 1년 단위 계획 사이클을 운영할 수 없다. 이 모든 사례는 새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가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해결한 소위 ‘현장대기 프로젝트’다. ‘현장대기’라 함은 이미 투자계획을 다 세워 놓았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허용하지 않아 진행이 중단됐다는 뜻이다. 새 정부 들어 지금까지 기재부는 총 10건의 현장대기 프로젝트를 회생시켜 4조9000억 원의 신규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기재부는 ‘불독’이 돼야 한다. 규제나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무사안일, 비협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 끝장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모래주머니가 하나 둘 치워짐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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