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 땅이니 지나가지 말라…대법 “권리남용”

입력 2023-03-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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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통행로로 쓰였다면 통행료 내고 이용”

오랜 기간 통행로로 쓰인 땅의 새 주인이 인접한 빌딩 건물주의 통행을 금지하려다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건물주에게서 토지 이용료를 받되, 통행금지는 하지 말라고 판단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충남의 한 토지주 A 씨가 인접한 땅의 건물주 B 씨 등 8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B 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매입한 땅의 일부가 B 씨 건물로 향하는 도로로 사용되는 것을 문제 삼아 높이 50㎝짜리 울타리를 치고 B 씨 등에게 통행료를 요구했다. B 씨 측은 A 씨 이전의 토지주 허가를 받고 도로를 내내 사용해 왔다.

B 씨는 A 씨를 상대로 울타리를 제거하라고 소송을 냈고, 이에 A 씨는 울타리를 철거하는 대신 통행료를 달라고 반소(맞소송)를 냈다.

1심은 A 씨가 이미 울타리를 제거한 점을 고려해 울타리를 없애라는 B 씨의 청구를 각하하고 통행료를 달라는 A 씨의 청구도 기각했다.

그러자 A 씨는 항소심에서 통행료에 더해 B 씨 등이 해당 도로를 통행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청구 취지를 추가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B 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고 부당이득금 총 276만 원을 A 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결 중 부당이득금 지급 부분은 유지하고 통행금지 부분만 파기했다.

대법원은 “A 씨가 B 씨 등에 대해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도 없이 상대방에게 고통과 손해만 입히는 것이 되어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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