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밀린 메타버스 운명은…AI에 물어봤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29 15:40 수정 2023-03-3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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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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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을 달리는 ICT 분야는 화두도 빠르게 바뀝니다. 지난 몇 년간 정보기술(IT)기업들이 빠져든 분야는 ‘메타버스’였습니다.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은 전시회 키워드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선정하고, 관련 분야를 신설했죠.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맞물리면서 메타버스는 급성장했고, 메타버스의 세계는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미래세계로 여겨졌죠.

그런데 최근 챗GPT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챗봇이 새로운 화제로 등장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작으로 미국 메타, 중국 바이두, 러시아 얀덱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 등 세계적 IT기업들이 AI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AI가 부각되면서 메타버스 얘기는 쏙 들어갔습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는 다 지나간 유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죠.메타버스, 벌써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걸까요.

팬데믹 흐름 타고 성장한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단어입니다.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경제·문화 등 현실 세계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뜻하죠. 본격적인 메타버스 유행의 시발점은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로 알려졌습니다. 로블록스는 레고를 닮은 아바타로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인데요. 로블록스 개발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데이비드 바수츠키 대표는 2020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며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콘텐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듬해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 당일 로블록스 종가는 시작가보다 55%가량 올랐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고, 이는 메타버스 산업에 뜻밖의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자 오프라인 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메타버스 가상 공간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데요. 메타버스 플랫폼은 비대면 수업, 회의, 박람회 등에 폭넓게 활용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 10월 열린 GTC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다”라며 “메타버스의 미래가 온다”고 천명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퉈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텐센트 등은 증강현실 및 메타버스 관련 부서를 꾸렸습니다. 월트디즈니도 차세대 스토리텔링 및 소비자 경험 부서를 만들고 메타버스 전략 개발에 나섰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2021년 10월 가상현실(VR)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발표하며 더욱 ‘포괄적인’ 이름을 위해 페이스북의 회사명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꿨습니다.

한국 기업도 발 빠르게 관련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네이버와 SKT는 각각 ‘제페토’, ‘이프랜드’라는 이름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페토는 10대 해외 이용자 위주로 유행하며 지난해 3월 누적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프랜드도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이용자 1200만 명을 돌파했죠. 최근 한국에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본디’도 메타버스 플랫폼 이었습니다.

▲(AP/뉴시스)
▲(AP/뉴시스)
‘메타버스’ 신드롬 신기루였나…관심도 ‘뚝’

그런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AI 연구소 오픈 AI가 지난해 12월 말 출시한 챗GPT는 출시 약 2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한 달에 한 번 이상 접속한 사람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은 것이죠. IT 대기업들은 일제히 AI챗봇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MS는 챗GPT와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은 검색 엔진 ‘빙(Bing)’을 출시했고, 구글은 대항마로 ‘바드’를 내놓았죠.

AI 열풍은 메타버스 열기를 잠재웠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챗GPT 검색량이 1에서 100까지 성장한 지난 1년간 메타버스 검색량은 100에서 36으로 떨어졌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초 정점을 찍고 그 이후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에 등을 돌리고 있는데요. 단순히 대중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은 아닙니다. 대부분 기업은 명확한 메타버스로 수익을 내는 방안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며 관련 부서를 정리하는 모습이 나타나죠.

회사명까지 바꾼 메타의 메타버스 구축 업무 담당 사업부 리얼리티랩은 지난해 137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메타는 3월 초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일부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폐기한 것으로 전해지죠. 월트디즈니도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27일(현지시간) 디즈니는 메타버스 전략 개발을 맡았던 차세대 스토리텔링 및 소비자 경험 부서를 해체하고 전략팀 소속 50여 명을 전원 해고했습니다. 디즈니는 메타버스가 판타지 스포츠, 테마파크 명소 등 소비자 경험에 활용될 가능성에 투자했으나 부서 출범 1년 후에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죠. MS도 메타버스와 VR 관련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MS는 1월 정리해고 대상에 VR사업부와 메타버스 관련 부서를 포함했고, 이번 달 10일에는 VR 플랫폼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 등을 종료했습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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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판도는 AI챗봇으로? AI에 물어보니

메타버스 자체가 ‘반짝 유행’은 아닐까요. ‘메타버스’의 정의가 모호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찾을 수 없어 미래를 선도할 기술로 보기는 부족하다는 의견은 메타버스의 등장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동안 해오던 온라인 게임과 메타버스가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죠. 메타버스 시대의 지평을 열었다는 로블록스도 게임 플랫폼으로 평가받곤 합니다. 영국 미디어 기업 퓨처가 발행하는 비디오 게임 잡지 PC게이머는 ‘메타버스는 개뿔’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커버그 메타 CEO가 메타버스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 없이 (메타버스가) 미래라고 주장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애초 팬데믹 상황이 호전되고 사람들의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며 메타버스의 성장 동력이 둔화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이미 판도는 AI챗봇으로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러한 예측에 관해 AI에게 직접 물어보자 흥미로운 답이 나왔습니다. 챗GPT에 활용된 기술을 적용된 MS의 ‘빙’은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더욱 발전해 현실 세계와 융합되며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낙관했습니다. 기업들의 투자가 메타버스에서 AI로 옮겨갈지에 대해서는 “어려운 문제”라며 “IT 기업들이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합니다.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메타버스가 여전히 매력적인 미래 시장임이라고 전망하죠. 로열 오브라이언 오픈 메타버스 재단 대표는 “메타버스가 사그라지기보다는 본격적인 ‘빌드 사이클’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며 “그동안 메타버스가 많이 회자됐지만 실제 구축사례로 연결됐다고 보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저커버그 메타 CEO도 당장 메타버스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장기적인 메타버스 전략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며 “5~10년 후 메타버스 시장을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빙’은 “메타버스와 AI는 서로 다른 미래의 유망 기술”이라며 “두 기술이 융합될 경우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메타버스를 핵심 키워드로 꼽은 CES 2023 측도 홈페이지를 통해 메타버스가 웹3.0 등 신기술과 상호보완을 통해 확장하리라 전망했죠. 과연 ‘빙’의 말대로 메타버스가 AI와 함께 미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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