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읽었습니다. 저는 어른이지만 종종 아이용 그림 동화책을 읽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내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내가 먼저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내 마음속 어린아이를 생각하면서 그림 동화책을 읽습니다.
찰리 맥커시가 쓰고 그린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책입니다. 제목에 나오는 네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집으로 가는 길에서 두더지, 여우, 말을 차례로 만납니다. 등장하는 네 인물 나름의 특징이 있습니다. 소년은 삶에서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두더지는 케이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덫에 걸렸던 여우는 상처받아 말수가 적으며,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역할을 합니다. 말은 많은 경험과 지혜를 지니고 있습니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는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과 함께 한두 문장만 나와서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두꺼워 보이지만, 글자가 적어서 쓱 읽으면 10분이면 읽힐 쉬운 책입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백하면서 멋진 그림과 꾸밈없이 진솔한 글로 드러내는, 결코 쓱쓱 넘길 수 없는 깊이가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거듭 생각하며 다양한 친구와 대화를 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친구와 함께 용기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동안 했던 가장 용감한 일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야말로 자신에게는 가장 용기 있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이 책을 그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가장 용감한 일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던 일”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우리 모두는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남들이 아무도 모르게 숨겨야 하는 약점들, 비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때가 내가 정말 강한 때라고 책은 말합니다. 여러분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 누구에게 도움을 청했나요? 저는 책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들이 있습니다. 바람에 맥없이 날아갈 듯 말 듯 나뭇가지 끝에 달린 나뭇잎 한 개처럼 나부끼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봅니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다 아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에게 위로가 되니 읽고 또 읽습니다. 밥을 매일 먹어도 또 먹는 것처럼, 오늘도 나의 영혼에 위로가 되는 책 밥을 먹습니다.전안나 책글사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