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출하 26년만에 최고치인데…현장은 수급대란으로 갈등 격화

입력 2023-03-30 15:48 수정 2023-03-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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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출하 최대치…레미콘업계 시멘트 투입비율 상향에 가수요
시멘트업계, 정기 대보수와 친환경 설비 구축…“생산 늘리는데 한계”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 시멘트 수급 차질로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들이 서 있다. (뉴시스)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 시멘트 수급 차질로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들이 서 있다. (뉴시스)

올해 1~2월 시멘트 출하가 700만t(톤)에 육박하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건설현장에선 시멘트 수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수요처인 레미콘업계는 지난해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건설업계의 레미콘 제조용 시멘트의 투입비율 상향을 요구받아 평소 대비 더 많은 시멘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급처인 시멘트업계는 매년 상반기 진행되는 정기 대보수와 친환경 설비 구축으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 매칭’으로 두 업계 간 갈등으로 치닫고 있으며, 봄철 성수기를 맞은 건설현장에선 ‘시멘트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30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시멘트 생산은 655만 톤으로 전년 대비 2.3% 늘어났다. 시멘트 수요는 지난해 574만 톤에서 올해 636만 톤으로 10.8% 증가했다. 시멘트 재고도 2월 말 기준 전년 대비 20% 늘어난 약 90만 톤을 유지했지만 당장 이달부터 11월까지인 성수기의 안정적 재고량보다 적게는 10만 톤에서 많게는 30만 톤이 부족하다. 90만 톤 중 사장재고 제외하면 실 시멘트 재고는 절반 수준이며 3월 들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멘트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레미콘 업계 중심으로 가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공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건설 성수기를 앞두고 콘크리트 품질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레미콘에 투입되는 시멘트 단위 수요량도 증대돼 시멘트 수요의 약 40%~50%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를 제때 수급받지 못하니 일부 중소 레미콘사들을 중심으로 시멘트 가격 인상을 위한 인위적인 물량조절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날이 풀리면서 건설현장에선 많은 레미콘 요구하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고 시멘트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로 지역 중소레미콘사들 중심으로 레미콘을 생산하지 못해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현장은 시멘트 공급 부족으로 공사 중단이나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최근 시멘트 공급 부족으로 10곳 중 6곳의 건설 현장이 중단·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알렸다.

시멘트업계는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도 온실가스 감축 대응을 위해 환경투자 실행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시멘트업계는 현재 생산라인(킬른)의 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정기 대보수와 정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환경투자(설비개조)를 병행하고 있다.

▲쌍용C&E 강원 영월공장 시멘트 출하장 앞에 시멘트 운송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제공 = 쌍용C&E)
▲쌍용C&E 강원 영월공장 시멘트 출하장 앞에 시멘트 운송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제공 = 쌍용C&E)

실제 시멘트 주요 7개 업체는 2021년 2월 ‘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를 발족해 탄소중립 도전을 공동선언한 바 있다. 쌍용C&E는 2019년부터 2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해 친환경설비 구축에 나섰고, 삼표시멘트는 2021년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시설 개선 설비에 260억 원을 투자했다.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는 각각 700억 원, 725억 원 규모의 순환자원 연료 사용 시설 관련 투자를 진행했으며, 성신양회도 2021년 350억 원 투자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1300억 원 규모 환경투자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 시멘트업계 전체 34개 킬른 중 탄소중립 설비개조ㆍ정기보수 중인 킬른은 총 15기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기가 증가했다. 업계는 시멘트 제한 출하를 진행하고 있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를 거스를 수 없어 친환경 경영을 위한 설비개조 등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환경투자를 중단하고 시멘트를 무리하게 생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은 물론 시멘트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영방침이다”고 말했다.

시멘트 출하는 증가한 수요에 따라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A 시멘트사의 연도별 누적 출하량(1월부터 3월 10일까지)을 보면 2018년 153만9000톤에서 2023년 1990톤까지 증가했다. 또 국내 최대 시멘트 제조사인 쌍용C&E는 최근 수급 상황을 고려해 당초 2월 말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국내 최대 규모 킬른에 대해 정기대보수 대신 최소한의 보수만 진행한 후 다시 가동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설비개조를 연 1회 진행해야 하는 정기 대보수를 조정하는 등 제품의 적기 출하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정적인 생산능력 아래에서 증가한 시장수요를 감당하는데 한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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