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인기에 올들어 반등
예금자 보호 안 돼 손실 주의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금값이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금테크’로 불리는 골드뱅킹(통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골드뱅킹(금 통장) 잔액은 20일 기준 5348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5032억 원) 대비 6.27% 증가한 것이다.
골드뱅킹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계좌에 예치한 돈을 금으로 적립하는 상품이다. 본인 계좌에 예금을 넣어 놓으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출금을 원하면 당시 시세·환율을 반영해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본질이 투자 상품인 골드뱅킹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원금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뱅킹 상품에는 △KB국민은행 ‘KB골드투자통장’ △신한은행 ‘신한 골드리슈 골드테크 통장’ △우리은행 ‘우리골드투자’ 등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까지 이어지던 감소세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면서 “금 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국제 금 시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10월 온스 당 1600달러대로 추락했으나, 강달러 기조가 잦아들면서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후 1800달러에서 횡보하다 SVB 사태를 계기로 급등세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29일 종가 기준 국제 금 시세는 온스 당 1962.07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SVB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10일(1830.37달러) 대비 7.2%(131.7달러) 상승한 수치다.
이번주 KRX 금시장에서 KRX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8만349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14년 3월 KRX 금시장이 개설된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 이후 은행권 부실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며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제 금 가격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연준의 기준금리인상 속도가 조절되면서 상대적으로 금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