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음’용으로 지출한 자금, 법률 자문비로 속여
트럼프와 공화당, 민주당 향해 거센 반발
여야 부채한도 상향 합의도 엎어질 위기
“이르면 6월 연방정부 디폴트”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변호인단은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를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적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사당국으로부터 과거 대선 당시 불거진 성 추문과 관련해 의혹을 받던 상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는 것을 막기 위해 13만 달러(약 1억6880만 원)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입막음’용 돈을 변호사를 통해 법률 자문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혐의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대배심은 혐의와 관련한 증거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이날 표결에 들어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배심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첫 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00년 넘게 전직 대통령이 기소로부터 보호되던 금기가 깨졌다”고 평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건 외에도 기밀문서 유출과 의회 폭동 선동 등 20여 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해 공화당 경선에 나서려던 그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고 대선 판도는 안갯속에 빠졌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과 관련한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이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라며 “민주당은 나를 잡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선거를) 훔쳤고, 이젠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우린 조 바이든을 물리치고 비뚤어진 민주당원들을 모두 공직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뉴스

그 이유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치 중인 부채한도 상향 문제가 있다. 연초부터 시작한 이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공화당은 한도 상향을 대가로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한도 상향과 지출 삭감을 별개로 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미 의회예산국(CBO)은 보고서를 통해 부채한도 상향이 합의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7~9월 사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BO는 “지난해처럼 증시 부진으로 인해 4월 소득세 수입이 예상보다 적으면 예산이 더 빨리 소진돼 7월 전에 정부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월 “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 상태가 되고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여야가 대치하던 기간 S&P500지수가 약 17% 하락한 적이 있는 터라 주식 투자자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소로 사실상 양당 협의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트윗을 통해 “앨빈 브래그(맨해튼 지방검사장)는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로 미국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엘리스 스테파니크 뉴욕주 하원 의원도 성명에서 “급진 좌파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의 정적을 박해하는 데 그 어떤 것도 멈추지 않고 있다”며 격분했다.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디폴트가 가까워질수록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불확실한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때 시장이 얼마나 차분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