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깜짝 추가 감산에 체면 구긴 바이든…유가 8% 급등

입력 2023-04-03 15:27 수정 2023-04-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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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도로 OPEC+ 회원국 감산 잇달아 발표
총 160만 배럴 감산...당장 내달부터 116만 배럴 감산효과
WTI, 8% 급등...1년여만에 최대 상승폭
‘우방국’ 사우디, 미국 증산 요청에도 거듭 감산 나서
백악관 “바람직하지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계 인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계 인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일부 회원국들이 잇달아 자발적 감산을 발표했다. 이 여파에 국제유가가 8%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부터 유가 안정을 위해 우방국인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해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달부터 연말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자발적으로 감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산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OPEC+의 자발적 깜짝 감산 발표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8%나 오르면서 배럴당 81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국제유가 전망을 종전보다 5달러 끌어올린 배럴당 95달러로, 내년 유가는 3달러 상향 조정한 100달러로 제시했다.

사우디에 이어 이라크(21만1000배럴), 아랍에미리트(14만4000배럴), 쿠웨이트(12만8000배럴), 카자흐스탄(7만8000배럴), 알제리(4만8000배럴), 오만(4만 배럴)도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도 3~6월까지 하려던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올해 말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초기 감산 영향은 하루 약 116만 배럴이고, 7월부터는 러시아의 감산 연장 효과 분이 더해져 총 160만 배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정은 OPEC+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가 자발적으로 감산을 잇달아 선언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각국의 생산조정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OPEC+장관급 감시위원회(JMMC)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이날 일부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깜짝 감산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이들 국가가 유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서프라이즈 효과’를 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모종의 합의를 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는 자국 내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러시아는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해 세계 경기침체에 앞서 유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서로 협상했다”고 전했다.

WSJ는 “서방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러시아와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안보 파트너인 사우디가 에너지 정책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추가 감산 결정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에 초점을 맞춰 원유 생산 및 소비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사우디의 주도로 산유국들이 자발적 감산에 나서면서 사우디와 미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7월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했으나 OPEC+는 같은 해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내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바이든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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