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투자 흔들릴라…자금줄 찾아 나서는 기업들

입력 2023-04-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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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조 규모 교환사채 발행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계열사에 차입
재무 건전성 안정ㆍ운영자금에 투입
“금리 낮지만 그룹 전체 유동 리스크 잔재”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다. 확보한 자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 투자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업황 침체 타개를 위해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4일 SK하이닉스는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2조2377억 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발행 규모를 1조9745억 원으로 공시했으나, 이사회 결의 후 투자자 모집을 통해 발행조건을 확정했다고 이날 정정했다. 교환사채(EB)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한이 지난 뒤 발행회사가 보유한 기초자산인 주식과 채권을 다른 회사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교환을 원하지 않으면 채권금리를 받고 만기에 상환하면 된다.

SK하이닉스는 적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투자(CAPEX) 등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교환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원재료를 구매하는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역시 계열사 간 차입을 통해 조 단위 자금을 끌어왔다. 지난달 27일 LG디스플레이는 최대주주인 LG전자에서 1조 원을 빌려왔다. 해당 자금은 2026년까지 대여해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핵심사업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인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모회사의 손을 빌린 것을 두고 업황 부진으로 발행시장에서의 차입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올해 초에 사모채와 기업어음(CP)으로 총 4370억 원을 조달했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를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사업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 원의 대규모 자금을 빌렸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고수하던 삼성전자가 자회사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실적을 바탕으로 한 높은 현금창출력으로 차입 필요성이 없었지만, 올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 14년 만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가에서는 DS 부문의 적자 규모가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에도 예년 수준의 차질 없는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자금을 끌어온 것으로 분석한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등 기간산업은 투자 자금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자금경색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교환사채, 계열사 차입 등의 형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계열사 간 차입 거래는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장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의 사모채 금리는 연 7.20~7.25%였지만, 이번 차입의 경우 6.06%로 1%p(포인트) 낮다. 그러나 조달한 자금이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유동성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교환사채나 계열사 간 차입이 시장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고, 원금 상환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 수 있어 재무 구조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상환 리스크가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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