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시장 점검] 美·中 부동산 시장, “주택 매수 증가 등 회복 기대감 번져”…우리나라는?

입력 2023-04-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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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단독주택 (사진=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단독주택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매수세가 증가하면서 회복 기대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하락, 정부의 정책 지원 확대 등이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해외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6일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458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00만 건 대비 14.5% 증가한 것으로, 2020년 7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5%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매매 건수는 미국 전 지역에서 증가했다. 지난달 서부지역 매매 건수는 86만 건으로 전달 72만 건 대비 19.4% 상승하면서 가장 많이 올랐다. 서부에 이어 △남부 15.9%(182만 건→211만 건) △중서부 13.5%(96만 건→109만 건) △북동부 4%(50만 건→52만 건) 순으로 증가했다.

향후 매매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월 기준 잠정 주택판매지수는 83.2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82.5 대비 0.8% 증가한 수치다. 이 지수는 매매 계약은 체결했지만, 대금 지급은 끝나지 않은 주택 수를 측정하는 지표다. 미국에서는 통상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1~2개월 소요되는데, 해당 지수를 통해 기존주택 판매를 예측할 수 있어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판매 활성화를, 이하면 부진을 의미한다.

잠정 주택판매지수는 여전히 100 이하지만, 최근에는 매달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75.5를 기록한 이후 12월 76.3→올해 1월 82.5→2월 83.2 등 3개월 연속 올랐다.

이처럼 미국 주택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데엔 올해 들어 모기지 금리가 하락세도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해 말 최고 7.16%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고치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6%대로 하락 반전했다. 수요가 늘면서 2월 기준 주택 착공 건수도 전월 대비 9.8% 증가한 145만 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증가한 건 6개월 만에 처음이다.

NAR 관계자는 "모기지 금리 변화를 의식한 주택 매수자들이 금리 하락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집값이 많이 내려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에서 주택 매매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택 시장과는 반대로 오피스·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에서는 하락세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가격 및 수익성 하락과 공실률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CRE 대출 비중이 큰 중소형은행을 중심으로 위기가 감지된다. 실제로 CRE 은행 대출 중 중소형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대형은행의 약 두 배 규모다. 중소형은행의 전체 대출 중 CRE가 차지하는 비율은 43%로, 대형은행(13%)의 3배 이상이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일반 주택 시장보다 변동 금리 비중이 높아 시중 금리에 민감하다”며 “중소형은행의 유동성 위기와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꿈틀’…주택 판매액 증가세

▲중국 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 도시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신규 주택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6608억6000만 위안(약 12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4645억2000만 위안 대비 42.3%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9.2%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었다. 그러다 2월 반등에 성공하고, 지난달까지 연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회복세엔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중국 국내 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은행 대출, 채권, 주식 등 여러 분야에서 유동성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부동산 리서치 연구소 차이나인덱스아카데미(CIA)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100대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1㎡당 1만6178위안(약 310만 원)으로 전월 대비 0.02% 소폭 상승했다.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부양정책을 적극적으로 발표하면서 거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아파트 거래 회복세…상업용 빌딩 거래도 반등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조현호 기자 hyunho@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도 여러 주요 지표에서 회복세를 보인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고, 서울에서는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량 역시 반등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133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거래량 1만7841건 대비 75.6% 상승한 수치다. 전년 동월(2만6232건)과 비교하면 19.5% 늘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거래량 증가세가 컸는데, 2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2294건으로, 전월 6332건 대비 9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1161건에서 228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의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량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반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월 기준 서울 내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건수는 85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거래량 52건과 비교하면 63.5% 증가한 것이다.

서울 내 3대 핵심 권역에서 모두 거래가 모두 늘었다. GBD(강남구, 서초구)와 YBD(영등포구, 마포구)는 2월 거래량이 18건, 8건으로, 1월 대비 각각 350%, 300% 이상 뛰어올랐다. CBD(중구, 종로구)도 23건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76.9% 크게 늘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부동산은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회복기에 대한 신호가 비교적 자금 흐름이 쉬운 물건부터 찾아오기 마련"이라며 "다만 아직은 작은 정책 변화 하나에도 동요가 심할 수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투자 적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호 차장은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상업용 부동산 중심으로 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최근 2~3년간 연기금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꽤 많이 한 상황이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하면 시 국내 부동산도 침체하는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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