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압박 늘며 예대마진 축소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가능성 더해
KB·신한 1분기 순이익 감소 예상
수 년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장밋빛 실적을 써내려갔던 금융지주사들에 불안한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 잘 나가던 대출시장은 급등한 금리 탓에 쪼그라들었고 급격하게 오른 조달금리에 금융당국의 압박까지 덮치며 예대마진이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중 발표되는 지주사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할 가능성도 커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내림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약 4조6297억 원이다. 각사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순익 4조5948억 원 대비 0.75% 늘었다. 추정치대로라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일부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면서 업계는 호실적 행진이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를 보면 KB금융은 1조3882억 원, 신한금융 1조39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6%, 0.4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1분기 실적 선방의 요인이 됐던 순이자마진(NIM)이 내림세인 점이 불안 요소다. 예금금리 인상으로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예금 등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면서 NIM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민은행의 NIM이 지난해 4분기 1.77%에서 올해 1분기 1.73%로 0.04%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신한은행은 0.10%p(1.67%→1.57%), 하나은행 0.06%p(1.74%→1.68%), 우리은행 0.03%p(1.68%→1.65%)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은행 합산 지배 순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3% 하향 조정했다”면서 “이는 당초 예상 대비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비이자이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자 이익 추정치를 낮췄고 충당금 전입액도 비은행 위주로 늘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1분기 은행 NIM은 전 분기 대비 6bp 하락할 전망”이라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선제적 유동성 확보 니즈로 유가증권 운용수익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저원가성 수신이 줄어들면서 NIM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말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504조3056억 원으로 지난해 3월 말 대비 33조5791억 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0.1%대의 낮은 금리가 적용돼, 잔액이 줄어들수록 순이자마진(NIM) 방어에 불리하다.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으로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실적에 부담이다. 금융 지원 규모는 국민은행이 약 1800억 원, 신한은행 1623억 원, 하나은행 1860억 원, 우리은행 2050억 원 등 총 7300억 원대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예년과 같은 최대실적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고 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전체 대출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 비이자익으로 실적을 올리는 건 역부족”이라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충당금 역시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신종자본증권 상각으로 은행 외에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계열사들의 이자비용이 증가한 점도 실적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