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기의 재판’ 서막서 34개 혐의 전면 부인…바이든, 역풍 맞을 수도

입력 2023-04-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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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현직 대통령 첫 형사기소
법원 출두해 2시간 가량 기소인부절차 참석
자택 복귀 후 “엄청난 선거 개입” 맹비난
“기소, 뉴욕검찰·미국 자체에 毒 될 수 있어”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재판정에 섰다. 표면상으로는 트럼프에게 악재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조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해 미국 전체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출두해 기소인부절차에 참석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총 34건으로, 모두 성추문 입막음을 둘러싼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됐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지방검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기소 목적과 관련해 “검찰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장한다는 엄숙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2006년 맺은 성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하고, 2006~2007년 4차례의 성관계를 한 것으로 알려진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 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주장한 호텔 도어맨에게 각각 3만 달러를 주는 과정에서 기업 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혐의들은 1급 사업 기록 위조 혐의로 중범죄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인 E 등급이다. 최고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34개 혐의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면 최장 136년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 기록 위조라는 혐의를 검찰이 입증하는 것은 물론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12명 배심원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죄판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중범죄로 기소된 피의자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갑을 차거나 머그샷(범죄자 촬영 사진)도 촬영하지 않았다. 미국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특수성이 감안된 조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항의하라”며 시위를 선동하기도 했지만, 우려와 달리 이날 법원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기소인부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 외에는 줄곧 침묵했다. 이후 곧바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자신의 기소에 대해 “여태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면서 “미국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부 절차를 마치고 나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으로 복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미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부 절차를 마치고 나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으로 복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미국)/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기소가 트럼프보다는 오히려 뉴욕 검찰, 더 나아가 미국 자체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초범이라는 점에서 징역형에 처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블룸버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기소가 미국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민주주의 헌법 시스템과 관련해 그를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다루지는 못했다”면서 “시기적으로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기소 전부터 자신이 ‘마녀사냥’,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라고 주장해왔는데,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에 대한 기소와 재판 자체가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수 있다. 혼외 성관계 입막음보다 더 심각한 실질적인 문제로 트럼프를 기소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기소로 미국이 정치적으로 더욱 양극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기소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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