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기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도 ‘흔들’…꼬리 무는 악순환

입력 2023-04-05 15:57 수정 2023-04-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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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미국 아파트 거래액 전년 대비 74% 급감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감소폭
CRE 대출 비중 높은 중소은행 중심으로 다시 위기
일본·홍콩 등 아시아 CRE 시장도 침체

은행 위기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에서 CRE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새로운 신호가 나온 가운데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시장도 냉각 조짐을 보인다. CRE 시장 부진은 다시 은행 위기로 이어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아파트 거래액은 1분기 140억 달러(약 18조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4% 급감한 것으로, 감소 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극도로 침체했던 2009년 1분기 기록한 77%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거래액 자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2분기를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최저로 집계됐다.

미국의 아파트는 한국과 달리 임대용 공동주택이어서 CRE로 분류된다. 아파트 거래액은 2021년 4분기 무려 1155억6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1년 여 만에 추락했다.

아파트 등 CRE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높은 금리와 은행 위기, 임대주택 거래 부진 등이 꼽힌다. 특히 은행 위기 이후 많은 은행이 대출을 꺼리거나 높은 금리로만 대출을 해주고 있어 구매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CRE 시장의 부진은 다시 은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격 및 수익성 하락과 공실률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CRE 대출 비중이 큰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위기가 감지된다. 실제로 CRE 은행 대출 중 중소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대형은행의 약 두 배 규모다. 중소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CRE가 차지하는 비율은 43%로, 대형은행(13%)의 3배 이상이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CRE 대출은 일반 주택시장보다 변동 금리 비중이 높아 시중 금리에 민감하다”며 “중소은행의 유동성 위기와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장은 은행을 넘어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로도 번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간판 리츠 상품인 ‘블랙스톤 부동산 인컴 트러스트(Breit)’엔 지난달 45억 달러 규모의 환매 요청이 있었다. 전월 대비 15% 급증한 수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운 투자 기회라는 경영진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찰스슈왑 역시 최근 예금자 이탈이 가속하면서 파산 위기설마저 돌고 있다.

홍콩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CRE 시장도 냉각 조짐을 보인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CRE 인수·합병(M&A) 금액은 103억 달러로, 전 분기의 212억 달러에서 반 토막이 났다.

MSCI의 벤저민 초우 아시아 부동산 리서치 대표는 “지난해 4분기 또 한 번의 기준금리 인상 물결로 인해 거래 모멘텀이 더 냉각됐다”며 “홍콩의 경우 미국 금리 인상에 발맞춰 움직이는 만큼 CRE 투자 규모가 향후 몇 달 동안 더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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