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장 선임, 국민연금 입김 세진다…"대주주가 직접 추천"

입력 2023-04-05 18:00 수정 2023-04-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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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등 대주주 영향력 커져
개별지분 1%미만 소액주주 제외
"낙하산 방지대책 마련을" 목소리
CEO 선임 리스크에 실적 추락 전망

KT의 지배구조 문제가 수술대에 올랐다. KT가 5일 새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포함해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뉴 거버넌스 구축 TF’ 구성 준비를 시작했다. 1% 이상 지분을 갖는 주주라면 TF에 참여할 전문가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과 현대자동차 등 기관 투자자, 법인이다. 때문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한 통제권을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과의 ‘연결고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TF 외부 전문가 주주가 추천…국민연금 입김 가능성 ↑ =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뿐만 아니라 이사회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KT는 이날 주요 주주들에게 TF에 참여할 외부 지배구조 전문가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을 받은 주주는 1%이상을 보유한 주주 국민연금을 포함해 현대자동차그룹, 신한은행 등 17곳이다. KT는 TF에 참여할 외부 전문가의 자격 요건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관련 학계 전문가(교수 등), 지배구조 관련 전문기관 경력자(연구소장 또는 연구위원, 의결권 자문기관 등), 글로벌 스탠다드 지배구조 전문가 등이라고 설명했다. 주주 추천을 통해 구성된 후보군을 토대로 이사회에서 최종 5명 내외로 TF에 참가할 외부 전문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특히 주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주요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입김이 작용해 차기 대표선임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F에 포함되는 외부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등의 의중에 따라 꾸려진다면 대표 선임 절차에서 낙하산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3개월간 정치권에서는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두고 최대주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내부 출신 KT 인사들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개별 지분이 1% 미만인 소액주주들은 뉴 거버넌스 TF에 전문가를 추천할 수 없다. 네이버 소액주주 카페 ‘KT주주모임’이 주주들의 지분 1.5% 가량을 양도받았지만, 지분구조상 정식 주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KT 전체 지분 중 50% 이상이 소액주주다. KT 소액주주 카페 모임장 A씨는 “50%가 넘는 개인 주주들의 감시나 입장을 다 받을 수는 없어도 합리적인 전문가들로 구성해 투명하게 선임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차기 대표 선임이 이슈로 떠오른 만큼 낙하산 후보자는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CEO 선임 리스크에 1분기 실적 뚝…2·3분기도 빨간불 = 새롭게 구성되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오는 8월까지 약 5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KT의 정상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기보다 현재 서비스에 안주해 현행유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KT는 올 1분기 업계에서 나홀로 역성장이 우려된다. 지난해 1분기 호실적에 따른 역기저 효과에 통신시장 둔화까지 겹치며 부진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T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66억 원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컨센서스는 각각 성장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는 KT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역기저 효과를 꼽는다.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1분기 상대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 마케팅 비용 등 비용감축 요소가 적고, 가입자 감소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TF의 정책으로 인해 이동전화 매출액 성장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자산 크렌징 규모가 적었으며 하반기 물가 상승으로 각종 보대 비용도 증가했다”며 “올해는 통신3사 중 KT가 가장 부진한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1분기 내내 이어진 CEO 선임 리스크도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구현모 전 대표가 자진사퇴하고 윤경림 후보자가 물러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표이사 선임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 3분기 실적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약세였던 것은 매끄럽지 못한 CEO 선임 과정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임기가 만료되는 3년마다 겪을 가능성이 주가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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