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시장, 유동성 금융위기 재발 배경…규제 약하고 만기 없는 상품 대부분”

입력 2023-04-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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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의 금융 불안은 풍부한 유동성 속 개인 중심 자본시장이 재편되면서 시스템 붕괴보다 고레버리지를 활용한 일부 비은행기관을 중심으로 산발적 유동성 위기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은 대출과 예금 등 대부분 상품이 만기가 정해져 있는 반면 비은행 금융기관은 만기가 정해져있지 않아 자금의 유출입이 은행에 비해 빈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6일 신한투자증권은 "변화된 금융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향후 금융 불안은 유동성 위험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 쏠림이 나타난 자산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먼저, SVB 사태로 자금 집중된 MMF발 유동성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과거 현금쏠림수요가 나타날 때 MMF 인출 속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빈번히 관찰됐다. 다음으로 중소형은행에 편중된 상업용부동산, 가계에 편중된 지방채 등도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자산"이라고 우려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3월 고레버리지 투자를 했던 핀테크 기업인 그린실캐피탈과 패밀리오피스인 아케고스가 파산한 사례도 유동성 위기에서 시작됐다"며 "이로 인해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투자은행들의 손실이 발생했다. 노무라(29억달러), 크레디트스위스(55억달러)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에는 유동성 위험 빈도수가 커졌다. 테라∙루나 사태가 시작점으로 내재가치를 추정하기 어려운 가상통화 시장에 타격이 집중됐고 국채 시장 유동성 문제도 부각돼 2022년 9월 영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부채연계투자(LDI)로 불리는 레버리지투자를 확대한 연기금이 마진콜 사태에 직면해 금리 급등세를 이어갔다. 비슷한 시기인 2022년 10월 미국 국채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코로나19 초기 수준으로 악화되며 금리 급등세가 연출됐다.

그는 유동성 위기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은행 중심으로 발달된 금융시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정부 규제가 강화됐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핀테크 등 비은행 금융중개기관을 중심으로 금융자산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금융자산 중 비은행중개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42.4%에서 2021년 49%까지 확대됐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적극적으로 이뤄진 정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투입도 문제다. 그 과정에서 실물경제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됐고 OECD M3/GDP 비율은 2008년대비 최대 70%까지 상승했다. 미국 잉여유동성(M2 유동성 – 산업생산 – 소비자물가)은 코로나 초기 두 자릿수 대로 급증하다 2022년 들어 감소 전환했으나 절대 레벨로는 코로나 이전을 크게 상회한다.

규제로 인한 은행 부문의 자산 증대 제약과 풍부한 잉여유동성은 개인 중심으로 자본시장이 재편되게끔 했다. 비은행금융중개기관 중에서도 개방형펀드 자산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개방형펀드 보유 자산은 2022년 40조달러를 상회해 전체 비은행금융중개기관 자산 중 20% 수준만큼 확대됐다. 은행의 대기성 자금을 의미하는 요구불예금 역시 2022년까지 급증했다. 요구불 예금을 주로 맡기는 경제주체는 개인이다. 금융기관과 달리 개인은 시스템 제약이 적어 투자 시 수급 쏠림이 나타나는 경향이 크다.

하 연구원은 "고위험 및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일부 비은행금융 중개기관의 문제까지 유동성 위기를 부추기는 배경"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각종 규제로 위험자산 투자가 제한됐다. 금융위기 직전 8% 전후에 불과했던 대형 은행의 Tier 1 자본비율(Tier1 자본/위험가중자산)은 현재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은행들의 자본 확충 노력에 더해 위험자산 투자가 제한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면, 헤지펀드 등 일부 비은행금융중개기관의 레버리지 투자는 여전히 공격적이다. 순자산 대비 총익스포저는 중간값 기준 2배를 하회하나 평균적으로는 7배를 상회한다"며 "일부 고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헤지펀드가 여전히 많으며 자산가격 급등락 시 고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가 청산돼 유동성 위기를 번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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