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스템, 콘텐츠, 사용자 UI 등
아키에이지 워, 리니지2M 무단사용"
'리니지 라이크' 판 치자 특단 조치
김택진 vs 송재경 누가 이길지 주목
서울대 동문이자 리니지 공동개발
한국의 대표적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로 뭉쳤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가 적으로 돌아섰다.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의 경쟁은 저작권 침해를 다투는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가 '클래스', '게임 시스템',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 측면에서 '리니지2M'을 모방했다고 6일 주장했다. 전날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 개발사 엑스엘게임즈와 배급사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가 주 무기와 부 무기 등 2종의 무기를 혼합해 사용하는 '리니지2M'의 고유한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본다. 희귀 등급까지 주 무기만 사용할 수 있고 영웅 등급부터 부 무기가 존재하는 점과 클래스(직업)별로 주 무기 사용 스킬에 '각성 효과'가 있는 점이 같다는 판단이다. 클래스의 획득 방법, 합성 시스템, 컬렉션 시스템 등도 빼다 박았다고 주장한다.
게임 시스템에도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의심한다. 타겟 스캐닝, 퀵슬롯 등 전투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 동일하고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PVP) 콘텐츠 관련 랭킹, 조롱, 복수 등, 플레이어 대 환경(PVE) 관련 신탁, 월드 보스, 장소 기억 등에 모방이 있다는 것이다.
강화 시스템 전반의 매커니즘, 강화를 시도하기 위한 3가지 특수 아이템의 명칭과 효과도 모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템 획득과 소모를 통한 캐릭터 성장 시스템, 아이템 거래를 통한 인게임 경제 시스템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소송전은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의 법적 한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 라이크' 관련 소송은 처음이 아니지만,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초기부터 유독 리니지와 유사점이 많아 논란이 됐다. '아키에이지 워' 출시 직후 온라인에서는 "어디까지 따라 해야 소송하는지 시험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임산업의 특성상 게임 규칙, 용어 사용 등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화면 구성 등의 유사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소송은 서울대 동문인 김 대표와 송 대표가 악연으로 엮이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1세대 게임 개발자인 송 대표는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만드는 데 공헌한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03년 엔씨소프트를 나와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엑스엘게임즈를 약 1180억 원에 인수했다.
2019년 출시된 '리니지2M'의 내부 정보 유출 등을 의심하기는 어렵지만, 게임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법정 공방을 피할 수 없게 돼 씁쓸함을 남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소장 확인 전"이라며 말을 아꼈다.
엔씨소프트는 과도한 '리니지 라이크' 양산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풀이된다. 6월 출시될 예정이었던 기대 신작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의 출시일이 미뤄지면서 신작 공백 압박이 커졌다. '리니지2M'과 '리니지W' 등은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상반기 실적은 연초 예측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3일 만에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는 등 매섭게 치고 올라왔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6일 기준 구글 플레이 3위, 애플 앱마켓 2위를 기록하며 각 1위를 지키는 '리니지M'을 바짝 뒤쫓고 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톱3 안에서 함께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대 마켓 4위는 넥슨이 최근 출시한 '프라시아 전기'가 차지하고 있다. '프라시아 전기' 역시 '리니지라이크'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