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효자대전’ 임영웅 티켓팅…‘똥손’ 자식 뒀으면 어떡하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06 16:21 수정 2023-04-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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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임영웅 공식 페이스북)
▲(출처=임영웅 공식 페이스북)
연예계 대표 ‘축구팬’으로 알려진 가수 임영웅이 8일 FC서울과 대구FC가 경기를 치르는 서울월드컵 경기장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임영웅의 시축 소식에 이날 티켓링크 등 티켓 구매처 사이트는 서버가 지연되고, 경기 주요 좌석은 1분여 만에 매진됐습니다. 중장년 팬층을 필두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임영웅의 출연 소식에 전국 각지 자녀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티켓팅에 도전했습니다.

앞서 콘서트 티켓팅과 앨범, 굿즈 선착순 구매 등을 통해 단련된 ‘효도 군단’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데요. 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열 좌석 잡았으면 효자 맞냐”, “이 정도면 어머니께 고기 사달라고 해도 되냐” 등 후기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는 법. 번번이 티켓팅에 실패한 ‘똥손’ 자식들과 직접 티켓팅에 도전한 중장년층들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임영웅이 직접 콘서트 티켓팅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모습(출처=임영웅 유튜브 캡처)
▲임영웅이 직접 콘서트 티켓팅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모습(출처=임영웅 유튜브 캡처)
피켓팅·스밍·OTT…중장년에게는 험난한 ‘덕질’ 세계

자녀들이 ‘효도 티켓팅’에 뛰어드는 건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에서 조금이라도 빠른 속도로 좌석을 낚아채기 위해서입니다. 티켓팅은 기본적으로 선착순으로 원하는 좌석을 예매할 수 있어,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응 속도가 느린 중장년 세대는 불리합니다. 노안 등 문제도 무시할 수 없죠. 젊은 세대조차 어려운 것으로 정평 난 임영웅 콘서트 예매에서 좌석을 쟁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복잡한 사이트 가입, 결제, 예매 시스템은 티켓팅을 한층 어렵게 만듭니다. 지난해 진행된 임영웅 콘서트 좌석을 예매하기 위해서는 티켓 예매 후 개별 지급되는 가상 계좌로 티켓 값을 이체하는 ‘무통장 입금’ 방식을 통해 결제해야 합니다. 이번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서는 또 다른 예매 사이트에 가입해서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 앱을 깔고 카드를 등록해야 하죠. 이렇게 만반의 준비 후 시작되는 ‘티켓팅 실전’도 만만치 않은데요. 3일 시작된 축구장 티켓팅의 경우 정각 6시에 ‘티켓링크’ 앱 접속 후 10단계 가까운 절차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티켓 예매가 가능합니다.

‘덕질’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임영웅 측은 OTT, 음악 감상 앱, 유튜브 등 다양한 곳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스마트폰과 기기 조작이 익숙지 않은 일부 팬들에게는 이를 누리는 것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1월 임영웅은 OTT 플랫폼 티빙을 통해 콘서트 중계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MZ세대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4인팟’을 구하거나 제휴 할인을 이용해 저렴하게 OTT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노년 세대에게 할인은 부차적 문제, 정가 내고 결제도 어렵습니다. 스마트TV, 태블릿PC 등의 큰 화면으로 OTT를 감상하고 싶다면 전자기기 잘 다루는 자녀를 호출하는 편이 빠르죠.

‘덕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감상 앱과 유튜브 이용도 쉽지 않습니다. 시청 층이 노년 세대에 집중된 한 유튜버는 시청자들이 ‘구독’ 버튼을 많이 누를수록 좋은 줄 알아 주기적으로 구독자 수가 변한다는 사연을 전하며 “‘구독’과‘ 좋아요’는 한 번만 눌러야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는데요. 젊은 세대도 종종 헤매는 앱 탈퇴, 유료 결제 해지 등은 그야말로 ‘챌린지’ 수준입니다.

▲(뉴시스)
▲(뉴시스)
‘덕질’만 어렵나? 일상이 챌린지가 된 정보화 사회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중장년과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덕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인공지능(AI) 챗봇, 키오스크 등 편리함을 더해주기 위한 서비스가 오히려 불편을 늘리는 꼴이죠. 비대면 주문을 위해 도입된 키오스크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 중 55세 이상 집단의 키오스크 이용률이 45.8%에 불과합니다. 또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월 진행한 키오스크 이용 관련 인식 조사에서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주문을 포기한 모습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목격자들이 본 주문 포기자들의 연령대가 △60대(77.9%) △70대(63.2%) △50대(50.5%) 순으로 많았죠.

최근 콜센터를 대체하는 AI 상담 서비스, 은행을 대신하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등도 디지털 소외 현상이 심각한 영역으로 지적됩니다. 전문가들은 카드를 분실했거나 명의도용 등으로 빠른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를 더 키울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는데요. 복잡한 UI나 작은 글씨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죠. 특히 금융 정보 등을 취급하는 서비스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할 때가 있어서 노년층의 이용 포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특히 고령층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인권위는 1월 발표한 ‘디지털 격차로 인한 노인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4대 정보취약계층인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층 가운데 고령층의 디저털정보화 수준이 가장 낮게 조사됐다며 “불편함을 넘은 불이익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한 시민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는 디지털 안내사(뉴시스)
▲2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한 시민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는 디지털 안내사(뉴시스)
‘스밍 스터디’ 꾸리는 팬들…국가 정책도 있지만 한계 있어

이러한 불편을 헤쳐나가는 팬들의 열정은 위대합니다. 임영웅 팬들은 원활한 ‘덕질’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습니다. 직접 스터디 그룹이나 공부방을 꾸려 디지털 공부를 시작한 거죠. 이들은 ‘스트리밍’ 방법, 유튜브 회원가입, 각종 ‘덕질’ 관련 투표 앱 사용법을 함께 모여 공부합니다. 젊은 팬들은 노년층 팬들을 위해 스마트폰 이용법을 설명한 책자를 제작하고 영상으로 티켓팅 요령 등을 설명하죠. 지역 곳곳을 순회하며 앱 사용법 등 디지털 교육을 담당하는 ‘봇짐 스터디 선생님’도 등장했습니다.

사실 이는 인권위가 제안하는 노인 디지털 교육 활성화 방안의 모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노인의 디지털 역량 수준에 따른 개인별 혹은 소그룹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지속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그 이유로 “노인의 경우 기억력 감퇴 및 인지기능 저하 등으로 대규모 집합 교육에는 한계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1:1 소그룹 과외가 공부 능률을 올릴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죠.

국가와 지자체도 이러한 방식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디지털 안내사 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100명 규모의 제1기 안내사는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기차표 예매 방법 등을 안내했죠. 지난달 6일 발대식을 치른 제2기 디지털 안내사 150명은 키오스크가 설치된 생활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디지털배움터도 디지털 역량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지역 아동센터, 주민센터 등 전국 1000여 개 시설을 교육 장소로 선정해 국민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1월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65.6만 명, 2022년 79.3만 명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교육 홍보나 신청·접수 등이 온라인으로 이뤄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디지털 기초지식이 부족하면 교육 신청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거죠. 인권위는 “노인의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금손 효자’ 없이도 디지털 기기를 척척 다루는 중장년·노년층을 위한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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