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남 학원가 스며든 마약 일망타진해야

입력 2023-04-0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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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실 비공개회의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위협하는 마약 생산·유통 판매 조직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법무부와 경찰청에 검·경 합동단속을 지시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별안간 불거진 불특정다수 청소년 대상의 ‘마약 음료 시음’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사건 개요는 충격적이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3일 대치동 학원가와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음료 시음회를 빙자해 학원가 고교생을 대상으로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4명 중 일부를 검거하고 수사를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인 1조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다고 속이면서 마약이 든 음료를 시음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어제까지 파악한 피해 학생은 6명이다. 2인 1조는 구매 의향 조사에 필요하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받아냈고 이들에게 마약 음료를 공급한 배후의 인물은 전화를 걸어 피해 학생 부모들을 협박했다. “마약 복용 사실을 알리겠다”라면서 금품을 요구한 것이다.

수사 당국은 조직범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기존의 보이스피싱 조직과 이른바 퐁당 마약 범죄(술이나 음료 등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무력화된 피해자를 상대로 벌이는 범죄)가 결합한 신종 범죄일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모양이다. 피해 학생 부모에게 걸려온 전화 통화의 말투에 관한 증언으로 미루어 해외 조직이 배후에서 활개를 치고 있을 공산도 없지 않다. 대통령실은 어제 ‘마약과의 전쟁’, ‘국제 공조’ 등의 강력한 표현을 동원했다. 말만 앞세울 계제가 아니다. 행동으로 일벌백계에 나서야 한다.

마약은 모든 연령층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청소년 피해는 성인층보다 훨씬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청소년 약물중독이 근절되지 않아 그러잖아도 걱정인 판국에 마약의 마수가 서울 강남 학원가의 길거리에까지 스며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피해 학생들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부모 마음이 오죽할까 싶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에 달한다. 2021년(1만6153명)과 비교해 13.9% 증가한 수치며 마약통계가 만들어진 1989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다.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마약 범죄가 날로 조직화·강력화하고 있다는 증표다. 수사 당국은 일벌백계, 일망타진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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