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취업을 준비했던 A 씨는 드디어 지난달 합격통지를 받고 첫 출근을 했다. 그런데 채용공고에는 임금이 '내부 규정에 따름'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에 출근한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정확한 연봉을 알게 됐다. 취업을 위해 투자한 시간, 노력,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가 기업의 채용공고에 구직자의 응시 여부 결정에 필요한 임금 등 근로조건이 더욱 구체적으로 공개될 수 있도록 자율공개를 유도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을 토대로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15건의 민생 정책을 2차 과제로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2차 정책과 과제의 주요 분야는 △취약계층 지원 △공정과 알권리 제고 △국민 안전 향상 △일상 속 불편과 불합리 해소 등이다.
우선, 저소득층·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지원 분야에서는 △다자녀 가구·임산부 자녀 등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 우선 신청 자격 확대 추진 △영구임대주택 입주자의 보증금 마련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대출 지원 강화 △상가임대료 인상 제한(5%) 회피를 위한 '꼼수' 관리비 인상 방지 등이 선정됐다.
공정과 국민의 알권리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 채용공고 시 임금 등 근로조건 공개 확대 유도 △반려동물 보호자가 요청 시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 △게임물 심의 절차 투명화와 등급 분류 기준 개선, 심의 부담 완화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에 대한 면접점수 공개방안 마련 등을 정책화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채용공고 보완과 관련해 기업들이 임금 등 근로조건, 업무내용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직자들에게 알리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기업 컨설팅 등을 제공하여 자율적으로 해당 정보를 공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공정채용법 개정 등을 통해 올해 2분기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구직자들이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의 근로조건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깜깜이' 취업을 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구직자의 선택권과 알권리가 보장되는 공정채용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무원 채용시험 면접점수 공개와 관련해선 면접시험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별적·구체적인 면접점수 공개 적용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면접은 공무원 정신자세 등 5개 항목에 각 면접위원이 상·중·하의 점수로 평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공무원 면접시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그동안 빈번하게 발생했던 면접시험 공정성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의혹이 해소될 뿐 아니라 한해 16만 명에 달하는 시험 응시생들의 알권리 충족은 물론 시험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국민 안전 향상 및 일상 불편 해소 분야에서는 △'도로 위 흉기' 화물차 불법 판스프링 처벌 강화 및 집중 현장단속 실시 △횡단보도 위치 조정, 대각선 횡단보도 신설 등을 통한 우회전 차량사고 예방 △바쁜 직장인·자영업자 등을 배려한 운전면허시험장 주말 운영 확대 △14세 미만 아동의 아이핀 발급 절차 편의 개선 등 생활 밀착형 과제 중심으로 채택이 이뤄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1차 정책화 과제 17건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4분기 중 접수한 국민제안 총 1만5704건을 대상으로 2차 정책화 과제를 검토해왔다. 이 중 405건의 후보 과제를 추린 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15건을 채택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정책화와 함께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한 주제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론화 절차도 한층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1월부터는 접수된 국민제안 중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친 '도서정가제 예외 허용'과 'TV 수신료 징수 개선'을 국민참여토론 주제로 선정한 바 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대통령실 국민제안의 두 축인 '정책화'와 '공론화' 기능을 균형 있게 내실화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창의적인 의견과 아이디어가 변화의 시작이고, 또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제안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