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기업 수익성 악화일로…기업 10곳 중 6곳 “수익 못 내”

입력 2023-04-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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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 결과
기업 66.3% “적자 내고 있거나 순익분기 상황”
기업 56.3% “고금리로 작년 하반기보다 더 어려워”
정책과제로 고금리 기조 전환·세제지원 등 꼽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공=대한상공회의소)

기준금리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지 7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고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금리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영향’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6.3%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순익분기 상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9일 밝혔다.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이익과 비용이 동일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한 기업이 31.0%로 가장 많았다.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기업이 24.3%였으며,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기업도 11.0%였다. 이에 반해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3.7%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조사에서 수익 실현을 위해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이 2.91%로 조사됐으나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0.6%포인트(p) 초과한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며 “3%대 기준금리 지속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고, 3.5%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공=대한상공회의소)

고금리 기조에 따라 물가 상승세는 진정국면을 보였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2%를 기록해 1년 만에 4% 초반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고 이후 5%대를 기록하다가 4%대로 하락한 것이다.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세로 전환해 3.9%를 보였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해 우려됐던 환율상승과 외환 유출은 포착되지 않았다. 3월 미국의 금리 인상(0.25%p)으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5%p로 커졌지만,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달러를 대량 매도하며 환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장중 1444원까지 상승해 정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은 이후 하락추세로 전환돼 1300원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외환보유고 역시 지난 10월 4140억 달러까지 감소한 이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여 3월 기준으로 4260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현재의 자금 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됐다’고 답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29.3%였다. ‘어려움 없거나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2.7%와 1.7%에 그쳤다.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공=대한상공회의소)

고금리 부담에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고금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은 20.2%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고금리 부담완화를 위해 비상 긴축 경영 조치를 시행한 기업이 71.0%에 달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은 29.0%였다.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긴축 경영 조치(복수응답)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 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등 순으로 꼽았다.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공=대한상공회의소)

고금리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차보전사업 등의 기업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았다. 고금리 지원대책의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60.7%는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알고 있는데 활용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도 16.0%였다.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은 17.3%,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6.0%였다.

지원대책의 효과가 낮은 이유(복수응답)는 △지원대상이 제한적(35.5%) △지원대책에 대해 모르는 기업이 많음(28.7%)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까움(28.4%) △시장수요에 비해 지원 규모가 작음(19.9%) 순이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책은 ‘고금리 기조의 전환’(58.7%)이었다. 이어 ‘세제지원 등 비용 절감책’(26.0%), ‘대출보증지원 확대’(8.7%),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6.6%) 순으로 조사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내수 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중한 금리 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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