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시진핑 3기와 한국의 경제안보

입력 2023-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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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3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3기 집권이 시작되었다. 유례없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은 한국의 경제 안보 환경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이례적으로 집권 3기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우선적 목표는 국내 정치적 입지 강화일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시진핑 주석이 세 가지를 활용하여 이를 달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첫째는 미중 갈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첨단 과학기술과 공급망 재편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시진핑 주석은 원천기술과 공급망상 중국의 취약성을 잘 알고 있지만, 미국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마이크론 반도체에 대한 안보 심사, 영구자석 기술 수출통제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는 공동번영 정책에 대한 강조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동시에 도농 간·계층 간 빈부격차도 악화하였다. 따라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불평등 문제 해결을 내세우며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는 대만 통일 이슈의 활용이다. 시진핑은 이번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중국의 대만 통일을 중화민족 부흥의 핵심 목표로 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정세나 중국의 군사역량을 고려할 때 중국의 무력통일 시도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대만과의 통일을 진전시키려는 정치적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내부의 지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모든 시도들이 동북아 지역 질서를 크게 교란하고 한국의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본토와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은 공급망 안정을 위협한다. 또한 필자는 양안 관계가 악화할수록 북한의 군사도발도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만 유사시 북한이 중국을 위해 배후에서 특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어필하려는 것일 것이다.

3월 13일 폐회한 올해 중국의 양회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시진핑 3기는 ‘내향적 발전(inward-looking development)’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립자강(自立自强)은 시진핑 3기를 이해하는 데 보다 결정적인 원칙이 되었다. 증가하는 외부의 적대감과 국내 문제, 중화민족의 복잡성에 직면한 시진핑 3기 정부는 내부 안정을 위한 자립자강을 더욱 강조할 것이다.

이러한 기조와 연계하여 이번 양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은 정부 개편이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양회의 결정사안을 담아 3월 16일 당과 국가기관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1)중앙금융위원회 및 중앙금융공작위원회 (2)중앙과학기술위원회 (3)중앙사회공작부를 설립했다. 즉 향후 금융, 과학 기술, 내부 거버넌스와 같은 중요 영역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한국의 경제안보 환경과 관련하여 다음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미국 달러화 패권의 영향력을 줄이고 중국 위안화를 국제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 한 달 사이 중국의 이란과 사우디 관계 중재,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 중국과 브라질 간 위안화 무역결제 합의 등을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마오쩌둥이 과거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는 전략’으로 혁명에 성공했듯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개입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은 합법과 불법을 막론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핵심 기술의 자립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견제가 심한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서 그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동시에 수입대체 전략을 구사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더해 한국은 미국의 투자제한과 중국의 투자유치라는 딜레마에도 직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취한 부동산, 인터넷 플랫폼, 사교육 기업에 대한 정책을 보면 시진핑은 중국의 민간 부문이 더 이상 공산당의 정치적·사회적 목표를 충분히 따르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향후 우리는 중국 경제가 더욱더 국가 지배, 더 정확하게는 당의 지배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의 영향력을 기업으로 확장하고 기업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다. 이는 결국 중국의 국가 리스크를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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