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수본, 마약 뿌리 뽑을 각오로 임하길

입력 2023-04-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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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어제 출범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공동본부장을 맡는 컨트롤타워다. 대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교육부, 서울특별시 관계자들은 어제 마약범죄 대응 관계기관 협의회 회의를 열어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특수본을 구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셈이다.

특수본은 검찰 377명, 경찰 371명 등 마약 수사 전담 인력 840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2월 검찰·관세청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의 10배 규모다. 새 컨트롤타워는 온라인 모니터링과 통관검사 등을 강화해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과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 등을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국내 마약 관련 범죄는 날로 급증세인 데다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마약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9년 이후 33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2월 중 적발된 마약사범은 26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964명)보다 32.4% 급증했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5년 만에 304%나 폭증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도 같은 기간 15.8%에서 34.2%로 2.4배 늘었다.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하는 것이다.

마약 범죄가 지능화·조직화·강력화하는 점도 큰 문제점이다. 국제우편이나 해외직접구매 등을 이용한 전통방식은 물론이거니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 연령대가 큰 어려움 없이 마약에 빠질 환경이 된 것이다. 지난주에 불거져 큰 충격을 안긴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보이스피싱·마약 범죄가 결합한 신종사건이란 정황이 분명해지고 있다. 무려 10만6000명 투약이 가능한 필로폰 3.2㎏과 총기류·실탄을 함께 밀반입하다 덜미를 잡힌 사례도 나왔다.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어제 “마약 확산세가 심각하다”면서 “현시점에 적시 대응하지 않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마약의 수렁에 빠져 국력을 탕진하는 서구권의 반면교사 사례들로 미루어 볼 때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특수본은 마약을 뿌리 뽑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 검·경·관세청 등으로 흩어져 있는 마약 수사를 일원화할 수 있는 마약수사청 설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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