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환자 중심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CRPS는 2021년 4월 장애요인으로 보건복지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정 기준과 대상, 범위 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된다. 또한 장애인정을 받은 환자 역시 잦은 재판정 등으로 불편이 크며 실제 혜택대상에서 제외되는 등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환자 중심 CRPS정책 개발과 시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기존 지체장애 기준에 맞는 CRPS환자만 장애로 진단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애의 등급을 질환의 중등도에 따르지않고, 정형외과적인 등급(근력약화, 관절구축)에 따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통증이 아무리 극심해도 근력약화, 관절구축이 없으면 장애진단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고, 치료를 열심히 받는 CRPS 환자도 장애진단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CRPS로 장애를 진단받으려면, 세계통증학회의 진단기준에 따라 CRPS로 진단받은 후 2년 이상의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골스캔 검사와 단순방사선 검사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 결과 이영양성 변화 등으로 인한 근위축 또는 관절구축 등이 뚜렷한 경우 장애로 판정받을 수 있다.
최 교수는 “통증 점수가 10점 중 10점이라도 관절구축, 마비가 없으면 장애로 인정되지 못 한다”라며 “CRPS의 장애인정 비율도 32.8%로 굉장히 낮은 편이다. 장애진단을 받더라도 ‘심하지 않은 장애’로만 분류된다. 경증질환으로 분류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렵다.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을 오지 말라는 의미다. 그런데 CRPS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할 수밖에 없다.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증으로 장애판정 기준이 변경된다면, 객관화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한통증학회에서 CRPS 진단을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가 아닌 객관적인 검사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주관적인 증상만으로 호소하는 것이 배제될 수 있다. 장애진단 기준을 CRPS 질환 특성에 맞게 보완·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우 한국CRPS환우회 회장은 “제한적인 인정 기준이 문제다.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어야만 장애로 인정된다”며 “시각화할 수 있는 기준이 매우 제한적이라 향후 상당수 환자들이 통증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정 대상에서 원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CRPS는 진단을 위한 객관적·가시적 지표가 거의 없고 해당 질병을 잘 이해하는 의료인의 수도 절대적으로 적다”며 “원칙에 근거한 적정치료 정착을 위해 국내 의료진과 전문가가 개발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치료 가이드라인의 개발은 CRPS 환자 가운데 장애인정이 반드시 필요한 대상자를 합리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통증을 객관화할 수 있는 도구가 아직 없어 CRPS 자체를 장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통증을 느끼는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통증에 대한 객관화가 가능하다면 장애 판정 또는 장애 인정 등급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장애에 대한 개념을 넓히는 법안이 많이 나와 있다. 기존 장애 개념을 넘어서는 것과 관련해서 논의가 시작된다면 기존 장애인정 기준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등록의 문이 열려있지만, 틈이 여전히 좁다”며 “앞으로 의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을 가지겠다. 그동안 이야기는 들었지만, 깊은 관심은 갖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작은 언덕이 돼서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나온 내용이 정책으로 전환되는 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