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구은수 前서울경찰청장 유죄 확정

입력 2023-04-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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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황 알고도 적절한 지휘권 행사 안 해”…벌금 1000만 원

경찰의 물대포 시위 진압으로 사망한 고(故) 백남기 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65)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직사한 물대포에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맞은 뒤 쓰러졌고,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받다 이듬해 9월 사망했다.

구 전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책임자로서 지휘 및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구 전 청장에겐 현장 지휘관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상 주의 의무만 있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유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경찰 인력‧장비 운용과 안전 관리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이나 참가자 중에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했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서울경찰청 상황센터 내부 구조나 기능, 무전을 통해 실시간 현장 상황을 파악할 체계가 구축된 점, 상황센터 내 교통 폐쇄회로TV 영상이나 보도 영상 등을 종합하면 당시 현장 지휘관이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를 한 시위 참가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듯이, 경찰이 쓴 수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진압에 관해 최종 지휘권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직접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들과 함께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구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신윤균(56) 당시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현 인천 연수경찰서장)은 2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고, 살수요원이던 한모 경장과 최모 경장도 상고를 포기해 각각 1000만 원과 7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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