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공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척점에 있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의 체제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26일(현지시간)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미국을 국빈 방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를 통해 한미일의 삼각 공조는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물꼬를 튼 이후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큰 만큼 한미일 공조 체제가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미일 공조 체제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에 대응한 군사·안보 협력의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서 한미일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을 정례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장억제와 관련해 더욱 강력하고 새로운 '틀'이 도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례를 본뜬 네트워크 출범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나토와 '핵기획그룹'(NPG)을 만들어 핵 관련 다양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커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동맹국들의 노력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등 동맹국들과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판 나토' 형식의 핵기획그룹을 구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력한 핵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는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한국, 일본 다 공히 노출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미일 3자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확장억제는 한미 간에 논의가 많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것을 세팅하고 일본이 참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차원의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 또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 한미 '정보동맹'에 일본이 포함될지와 관련해 "가능성도 큰데 그것은 단계적으로 사안에 따라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영어권 국가 첩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에 견줄만한 한미일 정보 협의체 창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한미일 공조 강화가 이어지자 북중러 또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 정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각 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국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중러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뜻하는 '쌍중단'이 빠졌다. 중국은 본래 북한과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상 동시 진행)과 함께 쌍중단을 북핵 해법으로 강조해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중러 3국의 연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연이어 소집하고 있는 회의에도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와 관련해 상반된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미일의 군사·안보 협력으로 북중러의 군사적 협력도 이뤄져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중국, 북한, 그리고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립 구도는 일찍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본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장 억제의 실행력 강화 등 한미일 간의 군사협력 부분이 논의가 굉장히 진전될 것으로 보이고, 필수적으로 북중러를 견제하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간에 군사협력은 있었지만 북중러 3국 간의 군사협력은 없었는데, 이런 구도로 가면 북중러 3각 군사협력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진영 간의 대결 구도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 군사훈련이다. 군사훈련을 중심으로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북한 문제는 한중 간 공조에 따라 어느 정도 통제를 시켜왔고, 그래서 관리가 돼왔는데 이제 관리의 틀이 깨졌다고 본다"며 "더욱 북한 문제를 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한동대 교수)은 "한미일과 북중러를 꼭 이분법적인 구도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위협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중국에 대한 배제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외교원장은 "한미일 방위·안보 협력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이 가장 크다"며 "우리로서는 북한이 우리한테 위협이 안 되도록 핵을 덜 개발하거나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중국과 협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한의 군사·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 우리만 대응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는데, 우리 하나의 힘만 가지고는 안 되고 핵이라는 위협도 있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은 지난 정권에서 무너져 있던 안보 인식을 다시 되돌려서 정상화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