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피해가 급증하는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시장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2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불법 사금융 피해방지 대책'이 마련됐다. 정부가 마련한 범정부차원의 추진 대책 방향은 불법 대부업자에 대한 단속을 통한 엄중 제재와 저신용자 금융지원으로 요약된다.
또한 공정위는 대부거래 표준약관과 대부보증 표준약관을 확정지었다. 이날 발표에서 제외됐지만 국민권익위원회도 대부업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경제위기 가운데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대출 몸사리기가 여전한 가운데 서민들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채에 손을 뻗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폐해가 줄어들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중앙부처ㆍ지자체 동원 불법금융 엄단
정부는 수사기관, 지자체, 금융당국, 국세청 등 관련기관을 총동원해 불법사채에 대한 총력 단속을 실시키로 했다.
사법당국인 법무부는 소송 제기가 어려운 저소득층에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절차를 무료 지원해 신용회복 기회를 줄 예정이다.
정부는 수사기관 등을 통해 대부업자들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한편 대부업 피해자가 경찰에 불법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검찰은 불법 사금융과 청부폭력전담팀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경찰은 광범위한 첩보수집을 통한 수사를 펼쳐 대부업 상시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자체와 금융감독원은 사금융 피해상담, 관리감독, 직권검사 과정에서 포착된 불법 혐의정보를 수사기관인 검경에 제보하고 금감원과 경찰청은 이달 말 금융범죄 근절 협약도 체결한다.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대부업자 탈세신고센터를 5월 중 개설해 세금탈루 혐의와 대부업자에 대한 지속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해 적발시 세금추징과 함께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저신용자 3조원 규모 금융지원 실시
정부는 신용보증기관과 금융기관을 통해 고리사채 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저신용자들에게 약 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일반 금융기관의 이용이 불가능한 신용도가 낮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신용 불량자층의 불법 사금융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6월부터 중기청 산하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생활자금 대출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총 5000억원이 16만명에 이르는 저소득 서민층에게 대출조건은 1인당 500만원 이내로 금리는 연 7~8%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생계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20만가구에 대해서는 오는 6월부터 보유재산을 담보로 생계비가 저리로 융자된다. 1조원 규모의 재원으로 가구당 1000만원 이내에서 지원이 이뤄지며 ‘2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금리 3%에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통해 이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표준약관 확정 허가제로 전환 통한 양성화
공정위는 앞으로 채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채권 추심은 불법 행위로 간주하는 '대부거래 표준약관'과 '대부보증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표준약관을 작성하는 대부업자는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 협박,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반복적으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에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하거나 심야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약관을 작성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8월부터 시행되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도 적극 홍보키로 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대부업자는 폭행, 협박 또는 공포감 유발 등의 방법으로 채무상환을 요구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권익위는 현행 등록제로 돼 있는 대부업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권고안을 6월중 금융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대부업은 지자체에 신고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됨에 따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불법추심이 자행되어 왔다는 게 권익위 판단이다.
한편,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이날 미등록 대부업자의 대출 이자율 한도를 연 10%대로 낮추고 업체 소재 지자체장이 법정 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자에게 초과분의 3배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 개정안'을 입법발의했다.
고 의원은 "이 법안을 금감원과 대부업 단체 들과 협의를 했으며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하반기 중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종합백화점식 대책 그 실효성은
이러한 범 정부적 대책이 나오게 된 데에는 최근 살인적인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가던 여대생을 아버지가 살해하고 그 아버지도 비관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충격적사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사건이 촉매가 됐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연일 대부업과 관련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채근한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특별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28일 국무회의에 맞춰 각종 대책이 모아져 나온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에 대해 불법 사금융 업체가 아닌 대형 대부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만일 권익위의 추진대로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될 경우 합법적인 대부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대부업체 허가제는 신뢰회복부분에서 필요한 것"이라면서 "대부업의 금리가 낮아지고 규제가 완화되면 고객들이 느끼는 대부업체 이용에 대한 진입장벽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 대책과 관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그간 대부업의 폐해들과 관련한 숱한 피해사례가 사회문제시 되고 국회에서도 정부의 대책을 촉구해 온 가운데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과 제재와 관련되어서는 일시가 아닌 지속적으로 행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자율을 정하고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자율 상한선을 낮추면 그나마 했던 등록도 취소하고 오히려 더욱 음성화될 여지가 있다. 음성화 된 불법 사금융 업체들은 이자율을 더 올릴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허가제 전환이 이뤄진다면 대형 대부업체들은 대출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할 수 있어 신용불량자들이 음성화 된 사금융 시장에 더욱 손을 뻗칠 수 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