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전 놓고 분열…독일은 폐쇄 vs. 프랑스·영국은 추가 건설

입력 2023-04-16 13:50 수정 2023-04-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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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지막 남은 원전 3곳 모두 폐쇄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 후 안전 문제 우려 커진 탓
프랑스, 2035년까지 6기 건설
영국, 2050년까지 최대 8기 건설
EU 회원국들, 친원전파와 반대파로 양분

▲독일 에센바흐에 있는 이사르 원전이 폐쇄를 앞둔 14일(현지시간) 연기를 뿜고 있다. 에센바흐(독일)/AFP연합뉴스
▲독일 에센바흐에 있는 이사르 원전이 폐쇄를 앞둔 14일(현지시간) 연기를 뿜고 있다. 에센바흐(독일)/AFP연합뉴스
유럽이 원자력발전소를 놓고 분열하고 있다. 독일은 안전을 이유로 원전을 전부 폐쇄했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추가 건설을 예고했다. 그러자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원자력발전소 세 곳을 자정을 기점으로 폐쇄하면서 원전 시대의 막을 내렸다.

해당 원전들은 애초 지난해 12월 폐쇄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은 탓에 운영 기간이 연장됐다. 이후 독일은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과 천연가스 매입, 노후화로 인해 예비전력원으로 분류됐던 화력발전소의 재가동 등으로 에너지 위기를 모면했다.

독일에선 19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이슈가 부상했다. 의회에서 원전 가동을 놓고 수차례 논쟁이 오갔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논의는 폐쇄로 기울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사고 발생 사흘 만에 독일에 남은 17개 원전을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약속했고 후임인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짧은 가동 기간 연장 끝에 원전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1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원전 폐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1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원전 폐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에너지 안보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하고 앞으로도 계속 원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미 9기를 가동 중인 영국은 2050년까지 최대 8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양국은 지난달 원전 파트너십 계약도 맺었다. 당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인물들이 다시는 우리 에너지 안보를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회원국들도 원전 운영과 폐쇄를 놓고 양분했다. EU는 지난해 기준 27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이 원전을 가동하고 있어 약 5대 5 비율을 보인다. EU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약 26%를 원전이 차지하는 만큼 회원국 간 논쟁도 치열하다. 현재 폴란드와 체코 등이 친원전파,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 반대파로 갈린다. 폴란드는 2026년 자국 첫 원전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과 스페인 등 EU 7개국은 지난달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서 원전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는 서신을 EU 의장국인 스웨덴에 보냈다.

친원전 국가들과 반대 진영 국가들은 2월 블록을 형성해 각각 회의를 열기도 했다. 당시 친원전파를 주도하던 프랑스의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유럽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의 소집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반대파를 주도하는 덴마크의 라스 아가르드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풍력과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우린 이 황금 거위(재생에너지)의 배를 가르려는 유혹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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