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의 세금과 사회] 稅수입 여건과 재정준칙

입력 2023-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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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교수, 포용재정포럼 회장

정부의 세수입 여건이 좋지 않다. 기재부의 국세수입현황에 따르면 1·2월 누계로 국세수입이 54조2000억 원에 머물렀다. 전년대비로 15조7000억 원이 감소한 것이다. 세수진도율은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기재부는 자산시장 거래감소와 전반적인 경기위축으로 세수입이 부진하다고 설명하면서 2022년에 이루어진 세제개편의 감세효과에 대하여는 말을 아끼고 있다.

문제는 3월 이후의 세수전망이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역수지가 연속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특히 수출대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 자동차, 이차전지 등 일부 업종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다른 대부분 수출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 하청관계에 있는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을 통틀어 전체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실적도 같이 악화된다. 개인의 소득도 줄어들고 소비도 줄어서 소득세, 부가가치세의 납부액도 같이 줄어들 것이다. 낙수효과가 호경기에는 작동하지 않으나 경기침체기에는 잘 작동하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경기위축과 자산시장의 변화가 2022년 하반기에, 즉 2023년에 실행될 예산과 세제를 결정하는 시점에, 과연 예측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을까? 우리 경제의 2023년 성장률에 대한 예측은 전망기관들에서 소폭 하향조정되고 있으나 그 폭은 크지 않다. 6개월 전에도 2023년의 경제전망을 좋게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경기위축으로 세수가 상당폭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는 세제개편에서 대폭 감세를 단행했다. 현재의 세수부족은 정부가 언급하지 않지만 경기위축과 2022년 세제개편안에 담긴 감세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윤 정부는 집권 후 첫 해이니 지지계층에 대하여 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기업과 소득상위계층의 세금을 줄여주는 내용들을 법인세제, 소득세제, 종합부동산세제에 알차게 담았다. 야당의 반대로 법인세율 인하를 그들이 원하는 만큼 쟁취하지 못하자 해가 바뀌면서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획기적인 고율의 세액공제를 주장하고 나섰고 이를 얻어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추가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2023년 예산안에서 계획했던 지출 내역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2022년의 감세는 최근 수년간 G20 국가에서 이루어진 재정분야 정책 중 최악의 사례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향후 재정준칙을 도입한다면 아마도 그것과는 선두를 다툴만 할 것이다.

그렇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정준칙은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과 매우 어긋난다. 정부 역할의 적극성과 유연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통한 국가부채 수준의 제한은 스스로 손발을 묶는 행위다. 정부 스스로 경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행하겠다고 했다. 그것만으로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 좋겠지만 그럴 개연성은 매우 낮다. 하반기에는 어쩔 것인가? 경기위축에 대응하고,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에서 힘든 국민들을 지원하고, 에너지공기업의 누적적자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룰 수 없는, 에너지전환과 산업정책적 전환을 위하여 큰 규모의 인프라 지출이 필요한 정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재정준칙의 적용 연도를 한두 해 미룬다 한들 그때 상황에 대하여 우리가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제위축 시 정부지출 확대는 경기변동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위기극복의 과정에서 세수가 확대되어 재정적자가 감소하며, 적자감소의 속도는 경제가 회복되는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재정준칙으로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인 재정건전성에 지나지 않으며 단기적인 재정건전성은 재정수지와 정부부채의 비율과 수치만을 중시한다. 그에 비하여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은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시각이다.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의 관점에서는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정부부채의 증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로 늘어난 부채는 성장률의 회복을 통하여,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세수입을 통하여, 재원문제를 상당부분 스스로 해결한다. 재정지출은 일정 부분 자기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단기적인 재정건전화를 추구하기 위한 지출감축은 일정 부분 미래 세수입을 희생시킨다. 즉, 제 살을 깎아 먹는 것이다.

정부부채를 통한 지출확대는 단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킬뿐 아니라 지출 분야와 시기가 잘 선택되는 경우 장기적인 성장률의 회복도 가능하게 해준다. 경제의 전환과정에서 국가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 역할의 투자, 에너지전환의 경우 전환경로를 결정하고 국가가 먼저 인프라에 투자하여 민간의 행태를 환경친화적으로 유도하는 것, 산업의 전환이 필요한 경우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적자원의 형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바로 그런 것들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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