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설탕 값…식품업계, 올릴까? 말까?

입력 2023-04-17 16:00 수정 2023-04-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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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류 원가 중 설탕 비중 1% 채 되지 않아 “부담 적어”
“물류·인건비 부담에 설탕까지 올라…인상해야죠”

국제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원재료값 상승에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에 돌입할 것이라는 ‘슈거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원재료 중 설탕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지난해 식용유와 밀가룻값 상승세보다는 가파르지 않아 설탕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1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 지수는 127.0으로 지난해 11월 117.2에 비해 8.3% 올랐다. 가격 지수는 2014년부터 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값이다. 설탕 가격 지수는 지난해 10월 108.6을 기록한 후 11월 117.2, 올해 1월엔 125.2를 기록하며 오름세다. 이는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기후변화로 지난해부터 수출을 제한하고, 수입 설탕 원료의 절반을 차지하는 태국도 사탕수수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식품업계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스낵과 라면 등에서 원재료 비중은 통상 판매가의 40~50%이고, 높은 경우 60% 정도다. 원재료에서 비중이 높은 것은 밀가루와 식용유 등이며, 설탕 비중이 높은 사탕류도 1~2%가 채 되지 않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아이스크림 역시 원재료는 탈지우유가 대부분으로 설탕 비중은 미미하다.

가격 오름폭도 밀가루와 식용유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설탕값은 8.4% 뛰었지만, 작년 3월(117.9)에 비해선 7.7% 오른 데 불과하다. 또 작년 4월(121.5)과 비교하면 11개월 동안 4.5% 상승했을 뿐이다. 작년 상반기 소맥 선물 가격이 80% 뛰었고, 팜유 현물가는 150% 가량 치솟은 것과는 차이가 크다.

여기에 환율 영향도 적다. 지난해 달러당 1450원 선까지 상승하며,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체들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올해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내외에서 보합 중이다.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특히 원재료 매입이 6개월에서 1년 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스낵류의 경우 원재료 대부분이 식용유와 밀가루다. 이들 가격이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에는 안정화됐다”며 “설탕값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원재료가 아닌 물류비와 인건비다. 설탕은 값이 오르면 대체할 수 있는 대체당도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설탕값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제품 가격 인상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반발해 식품업계가 설탕값 오름세를 빌미로 가격 인상에 돌입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일부 제품에 한정됐다. 원재료는 물론 물류비, 공장 및 시설운영비, 인건비 등 올려야 할 이유는 많지만 정부 압박이 부담이었다”며 “설탕값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 말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과 농심, 오뚜기, 동원F&B, 오리온, SPC삼립 등의 대표와 임원을 만나 물가안정을 위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이후 CJ제일제당과 풀무원샘물은 각각 고추장과 샘물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도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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