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과제도 제시했다. 5년 내로 연매출 1조 원을 넘기는 블록버스터 신약 2개, 연매출 3조 원 이상 글로벌 제약사 3곳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목표는 전 세계 6위권 제약·바이오강국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아직은 성공한 글로벌 신약 하나 없지만, 포부를 크게 가져서 손해 볼 일이야 없다.
우리나라가 따라잡고 싶어하는 국가는 언제나 미국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나라다. 반면 한국의 비중은 약 1.3%로,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존재감이 희미하다.
시장 규모만큼이나 차이 나는 것은 투자액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에만 348억 달러(약 45조 원)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년 동안 R&D에 끌어들이겠단 자금은 25조 원이다. 그마저 정부가 부담할 수 있단 금액은 4조 원에 불과하고, 21조 원은 민간에 의지할 예정이다.
물론 정부로선 현재 연간 5000억 원 수준인 투자액을 점차 늘려 2027년에는 1조 원까지 확대하겠단 계획이 대단한 결단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력이 있어도 신약을 끝까지 개발할 엄두가 나지 않아 글로벌 기술이전에 목을 매고 있는 국내 기업들엔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비교되는 점은 금전적 지원뿐만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인허가 등 규제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인력은 230여 명에 그치며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8500여 명에 달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가 올해만 벌써 여러 차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구호를 외쳐도 현실성 여부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업계는 육성 정책이 나올 때마다 꾹꾹 눌러 담았던 숙원을 전달했지만 매번 실망이 컸다. 정부가 정말로 팔을 걷어붙였다면, 보다 통 큰 지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