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상계좌 92억여개…“보이스피싱 대책 시급”

입력 2023-04-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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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에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에 이용되는 가상계좌가 92억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의 가상계좌는 92억4000만개였다.

NH농협은행의 가상계좌가 23억7000만개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21억3000만개, 하나은행이 20억개, KB국민은행이 15억7000만개, 우리은행이 11억70000만개다.

가상계좌는 은행의 모계좌에 연결된 수많은 전산 코드를 말한다. 전산상 입금 처리를 위한 전산 번호에 불과하며 실제로 예금 잔액을 갖지 않는다. 고객이 가상계좌로 자금을 입금하면 입금된 자금은 실명 확인된 모계좌로 모이게 된다.

양 의원은 “가상계좌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거나 범죄 목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면서 △가상계좌 판매 △가상계좌 이용 피싱 △범죄은닉용 가상계좌 활용 △가상계좌 이용 되팔이 범죄 등을 범죄 유형으로 제시했다.

가상계좌 판매 범죄는 온라인에서 가상계좌 개설 권한을 취득한 뒤 범죄에 활용하기 위해 이를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계좌의 판매는 2014년부터 문제로 지적됐으며 최근 여러 피해자 명의의 가상계좌를 만들어 판매한 전자결제대행업체 측 임원이 실형을 받은 바 있다.

가상계좌 이용 피싱 범죄는 정상적인 업체로 위장한 사이트에서 가상계좌를 이용해 거래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편취하는 범죄다. 중고 거래를 빌미로 자신들이 만든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한 뒤 자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있어 금융감독원에서도 소비자 경보를 내린 적이 있다.

범죄은닉용 가상계좌 활용 범죄는 범죄의 대가 등을 가상계좌로 지급해 은닉하고자 하는 수법이다. 최근 마약 등 금지된 물품을 밀수한 후 대금을 가상계좌로 지급하는 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가상계좌 이용 되팔이 범죄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 계좌의 돈을 일반 업체의 가상계좌에 입금하고 이를 이용해 물건 등을 구입 후 되파는 수법이다.

양 의원은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대포통장은 접근 매체에 해당해 양도·양수를 금지해 이를 어기고 예금통장을 양도·양수할 경우 처벌되지만, 가상계좌의 불법 거래는 처벌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정숙 의원은 가상계좌를 이용한 범죄를 예방하고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자금융거래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법 개정을 통해 접근 매체의 범위에 가상계좌도 포함하도록 규정해 가상계좌가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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