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0년 전의 법을 꺼내어

입력 2023-04-19 06:00 수정 2023-08-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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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고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유통산업발전법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

“정부는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1.유통구조의 선진화 및 유통기능의 효율화 촉진 2.유통산업에서의 소비자 편익의 증진 3.유통산업의 지역별 균형발전의 도모 4.유통산업의 종류별 균형발전의 도모 5.중소유통기업의 구조개선 및 경쟁력 강화 6.유통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7.유통산업에서의 건전한 상거래질서의 확립 및 공정한 경쟁여건의 조성 8.그 밖에 유통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유통산업발전법 제1장 총칙 제3조 유통산업시책의 기본방향)

오늘은 국회법률정보시스템에서 10년이나 지난 ‘유통산업발전법’을 꺼내어 들었어. 시행일은 2013년 4월 24일이고, 현재까지 유효해. 얼마 지나면 시행 10년째가 되는 법이야.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의 낱말들이 그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지” 10년간 시행 중에 참 우여곡절이 많았고 법 자체도 조금씩 변했어. 시행령과 규칙도 수시로 바뀌었지.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지. 그래서 법도, 규제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됐지.

“왜 그랬을까?” 유통산업의 진흥과 발전, 소비자 편익 증진, 지역균형발전, 경쟁력 강화 모두가 옳고 좋은 말들이라서 법으로 정해 놓은 것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고민의 낱말은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이라는 법 제12조2항에 있었던 거야. 다들 알고 있을 거야. 자정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일 지정’. 그래서 매월 둘째, 넷째 즉 짝수 일요일엔 모두가 대형마트를 갈 수 없게 되었지. 이유는 지역 중소상인과 전통시장 살리기였어. 그래 10년 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런데 말이야. “그 오랜 기록들이 어두운 거미줄에 쌓여 있는 동안 물론 힘겨운 날들도 많았지만 가끔은 깜짝 놀랄만큼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고 생각을 해봐...(중략) 세상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잖아?”

논란이 많았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 10년. 법의 목적인 유통산업 발전과 중소유통기업 경쟁력 강화, 소비자편익 증진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여러 조사와 수치로만 보면 “아니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공개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에 따르면 의무휴업(영업시간제한) 등의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까지도 패자로 내몰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유통학회 등 전문가 108명 중 83.3%는 대형마트 규제 폐지 또는 완화가 필요하단 입장이었고,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수혜 업태를 묻자 응답자의 58.3%은 ‘온라인쇼핑’이라고 꼽았다. 또 가장 큰 피해로 ‘소비자 선택폭 제한’이라는 응답비율이 39.8%였고, 지자체별 의무휴업일 탄력적 운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율은 74.1%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유통산업발전법 12조2항 의무휴업일 도입 목적은 어찌보면 달성 자체가 불가능했단 이야기다. 정부도 국회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중소유통 상생발전 협약’을 통해 온라인 중심의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도록 했고, 의무휴업일 지정도 지자체 자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유는 시대 및 환경 변화에 맞는 ‘상생’이 목적이다. 국회도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법 개정을 통해 유통산업발전법을 수정 변화시켜왔다.

지자체 자율성 강화에 맞춰 대구광역시가 3월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청주시를 비롯해 여러 광역시도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는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다. 대구의 경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자 매출이 기존 대비 3~4배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기된 노동자들의 반발도 풀어야할 과제다.

중요한 것은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 실천사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지금도 여전히 규제가 남아있단 점이다. 전통시장도, 중소유통업체도, 대형마트도,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도 규제만 남게 된 유통산업발전법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상생’과 ‘산업 발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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