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가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송도 신사옥에 대한 자산재평가에 더해 최병오 회장의 수백억 원대 자금 수혈이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와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대폭 개선된 실적을 올리며 적자 폭을 줄였다. 작년 연결 영업손실은 42억 원으로 전년 523억 원 대비 적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0% 신장했다.
패션그룹형지 별도로만 보면 실적 개선은 더 돋보인다. 작년 별도 매출은 2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늘었으며 12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수익형 유통망 확대, 신상품 판매 대폭 증가, 판매관리비(판관비) 축소, 온라인 멀티채널 구축 등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에서 도드라진 대목은 자본 확충에 따른 재무 안정성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코로나 기간 소비 양극화 심화에 따른 중저가 포지셔닝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거액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2021년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당시 회사 매출은 코로나 전 4000억 원대에서 2000억 원대 후반으로 낮아졌고, 2020~2021년 누적 순손실은 1334억 원에 달한다.
패션그룹형지는 1년 만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는데, 실적 개선 이외에도 송도에 지은 신사옥과 증자 영향이 컸다. 회사는 송도 신사옥 완공 이후 재무제표 계정을 재고자산에서 투자부동산으로 옮기면서 1046억 원의 재평가 이익을 인식했다. 이에 2021년 902억 원의 순손실이 작년에는 771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여기에 최병오 회장이 400억 원의 사재도 출연했다. 이에 따라 납입자본금은 19억 원가량에서 24억 원가량으로, 자본잉여금은 296억여 원에서 691억여 원으로 각각 늘었으며, 순이익이 더해져 자본총계는 -7억 원에서 1361억 원으로 개선됐다. 아울러 최 회장 단독 증자로 보유 지분율은 87.95%에서 90.39%로 올라갔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평가는 패션그룹형지의 재무안정성이 단기 내 급격히 훼손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진단하면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로 유지하고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침체로 중단기 내 영업실적 개선 여력은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패션그룹형지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15%의 매출 성장과 75억 원의 영업이익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경기 상황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나 코로나 이후 로드숍 내방 고객이 느는 등 동종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세에 있어 올해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