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회의 가로막은 노동계 각성해야

입력 2023-04-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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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열릴 예정이던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파행으로 얼룩졌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사용자·공익·근로자 위원 각 9명씩 위원 전원이 회의장을 메우기에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 10여 명이 들어와 손팻말을 들고 투쟁 구호를 외쳐 정상적 개회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양대 노총 측은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특정 공익위원 사퇴 등을 요구했다. 회의장을 집회·시위 공간으로 여긴 것이다. 최저임금위 사무국 측이 ‘회의장 점거’라는 표현을 쓰자 이에 항의해 사과도 받아냈다. 실력 행사를 단단히 한 셈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외부인 퇴장을 요구했으나 장내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참석을 포기했고 사용자 위원과 노동자 위원마저 퇴장했다. 첫 전원회의의 허무한 무산이다.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커서 그러잖아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노동계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대비 24.7%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원한다. 또 다른 쟁점인 최저임금 차등화 등도 원만한 타협이 어렵다. 정부는 법정 시한인 6월 말까지 교섭을 끝내고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그 일정을 지키기가 절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제 파행이 새삼 일깨웠다. 연례적 임금 문제를 놓고 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 비용이 커지는 만큼 국가 경쟁력 회복에 쓰일 여력도 위축된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노동계의 회의 방해 행태다. 대화와 협상, 양보를 앞세워도 대승적 타결안이 나올지 낙관할 수 없는 판국에 실력 행사로 회의 무산을 유도한 것은 여간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것인가. 양대 노총 책임이 무겁다.

양대 노총 측이 특정 공익위원을 찍어내겠다고 나선 것도 공감이 어렵다. 최저임금 협의 과정에서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평행선을 달리게 마련이어서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 9명이 그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타협이 어려우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일쑤다. 그만큼 공익위원 자리가 중요하고 정부 추천권도 의미가 크다. 역대 정부 또한 국정철학에 부합하게 추천권을 행사했다. 노동계는 그 기존구조를 뻔히 들여다보면서도 첫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정부 추천권 무력화를 위해, 자기 입맛대로 회의를 끌고 가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것도 모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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