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도 엇갈리는 노사…삼성ㆍSK, 임금협상 난항

입력 2023-04-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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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공동교섭단, 임금인상률 6% 제시
노사협의회와 합의에도 협상 난항 이어져
SK하이닉스 노조, 지난해와 유사한 인상률 요구 예측
적자전환에 설비투자 감축…요구안 수용 어려울 듯

▲삼성 로고.
▲삼성 로고.

반도체 한파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노사 간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임금 인상률에 대한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경영진의 보수 한도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평균 4.1%(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의 평균 인상률에 합의했다. 2021년 7.5%, 2022년 9%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 4조 원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사 간 입장 차를 줄이고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국내 직원 위주인 노사협의회와 합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삼성전자 4개 노조가 참여하는 공동교섭단과의 개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공동교섭단에는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구미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4개 노조가 참여한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임금ㆍ단체협약 18차 교섭을 열고 6%대 임금인상률을 사 측에 제안했다. 이날까지 요구안에 대해 사 측의 답변이 없다면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고용노동부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하면 고용노동부 중노위는 10일간의 조정 기간을 갖고 2~3회의 사전조정을 한다. 이후 중노위가 조정 중지라는 결정을 내리고, 파업 투표도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지난 1969년 삼성전자가 창립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노조와의 임금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뉴시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뉴시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노조는 지난 5일 사 측에 임금교섭을 위한 상견례 공문을 발송했다. SK하이닉스의 임금인상률은 2021년 8.07%에서 지난해 5.5%로 하향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기준급을 월 10만 원 정액 인상하는 안이 추가됐다. 노조는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인상률을 사 측에 제시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협상에서는 진급 인상분 및 차량유지비 신설 등 처우 개선안을 추가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업황 악화로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 적자 규모는 3조66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 누적으로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1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수조 원 적자에 설비투자(CAPEX)까지 감축에 들어간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인상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가 임금ㆍ단체협상을 먼저 체결하고, SK하이닉스는 이와 비슷한 수치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해왔다.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률이 이미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SK하이닉스 역시 이와 비슷한 수치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는 5~6월 교섭을 진행한 뒤 올해 임금 인상률을 7월경 발표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복수노조가 사 측에 공문을 발송해 교섭 날짜를 잡는 정도일 뿐 아직 구체적인 인상률을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며 "인상률 결정에는 다양한 부분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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