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당 대표로 산다는 것

입력 2023-04-21 05:00 수정 2023-04-2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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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질문에 다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니잖아요”

지난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주한 인도대사 접견 후 취재진에 전한 말이다. 질문은 이랬다. “태영호 의원이...” 주어만 말하고 물음표를 붙이지 못했다. 본지 기자의 질문이 아닌지라 굳이 당시 상황을 반영해 유추해보자면, “태영호 의원이 자신의 SNS에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라는 물음이었을 것이다. 김재원·조수진 등 당 최고위원들이 잇단 말실수를 하면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당의 주요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이었으면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막상 현장에 가면, 인파에 밀려 질의응답을 못 할 때도 있고, 당 대표 일정 상 빠르게 이동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김 대표의 응답에는 “거기까지 하죠”, “뭘 하나하나 다 물어봐요”, “그만할까요?” 등의 회피성 발언이 많아졌다.

‘21세기 정치학대사전’을 보면 당 대표 즉, 당수(party leader)는 ‘정당의 우두머리로 매스미디어에 노출되어 중요 정책에 관한 의견의 표명이 요구된다’, ‘당수는 그에 어울리는 정치 행동이 요구된다’고 적혀있다. 국민과 소통이 요구되는 역할이고, 그만큼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국가 의전서열 7위로 뒀을 것이다.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 대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재명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 무슨 말을 나눴는지 국민이 가진 의문을 즉각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박도 많다. ‘[알려드립니다]’라는 언론 공지를 통해 본인이나 당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알린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 대표 소개란에 있는 ‘국민과 소통하며 일하는 일꾼이 되겠습니다’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실천하는 걸까.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바는 그것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역할과 그 무게를 견디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해주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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