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지원책 '속도전' 내는 금융권 [전세사기 파장]

입력 2023-04-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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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모습. (연합뉴스)
▲20일 오전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모습. (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서울·경기·부산 등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시간을 벌어주는 것일 뿐 실효성 있는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 2479세대가 우선 규제 완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규제지역인 인천 미추홀구 다세대주택에 대한 LTV는 70%다. 소득 기준 대출규제인 DSR은 총대출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40%(비은행권 50%)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새로운 집을 매수하거나 경매로 피해 주택을 낙찰받으려 할 경우 완화한 대출규제기준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LTV나 DSR의 기본 취지를 고려하고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세사기 피해자의 안정적 주거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규제 완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전날 관계기관이 참여한 ‘전세사기 피해자 금융지원 유관기관 회의’도 열어 채무조정이나 정책상품 저리 대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시중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 매매 자금을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추가로 더 낮춰 제공하거나, 전세금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특례채무조정을 적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전세사기 피해 종합금융지원센터’를 열었다. 경매‧매각유예 접수 등 금융 부분 애로 상담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금감원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 및 경매 상황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에도 돌입했다. 전날 ‘전세사기 피해 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개최하고 전 금융업권(새마을금고 포함) 협회 및 중앙회와 전세사기 피해 지원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경매기일 도래 건에 대한 진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총 32건 중 28건이 연기, 4건이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각 업권협회를 통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의 채권 매각·경매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 매각유예 및 경매기일 연기 신청을 요청한 바 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관련 대출이 집중된 상호금융권도 이자율 조정에 나서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자사에 전세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감면에 나설 계획이다. 피해자들이 현재 사는 주택을 낙찰받으려 할 경우 대출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세사기 피해 지역에 경매 진행 중인 물건에 대해 매각기일 연기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피해자 대상 채무조정이나 정책금융상품 저리 대출 등 추가 금융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와 주요 시중은행들도 지난 18∼19일 잇따라 임원급, 실무진 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매각 유예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빌라 등에 대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은행이 선순위채권(대출)을 보유한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한 대로 6개월 이상 경매·매각을 유보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등의 금융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피해 가구당 최대 1억5000만 원 한도(보증금 3억 원 이내)의 전세자금, 새 집 구매에 필요한 2억 원 한도의 주택구입자금 등을 대출해주고 금리도 최초 1년간 2%포인트(p) 깎아주기로 했다. 주거안정 프로그램의 지원 규모가 5300억 원에 이른다고 우리금융그룹은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이미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주택도시보증(HUG) 전세대출 만기 최장 4년 연장,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대상 연 1%대 금리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등의 지원책을 내놨으나 사태가 더 커진 만큼 추가 지원이 가능한 지 고민하고 있다.

기존 전세대출을 연장해 장기 대출로의 전환이나 중복 대출을 허용하는 등의 대안도 거론된다. 앞서 정부는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기존 대출을 연 1~2%의 저금리로 낮춰주는 대환대출을 내놓겠다고 했다. 24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다음 달 15일 KB국민·신한은행, 29일 NH농협은행, 6월 5일 하나은행 순으로 출시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책에 대해 내부 검토 중에 있다.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심도 있게 다방면으로 금융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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