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노동시장은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

입력 2023-04-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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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노동시장 세미나 개최
서영경 금통위원 "노동생산성 하락 이어지면, 통화정책적 부담"
한은 "노동수급 기반한 임금-물가상승 압력, 미국보다 낮아"
한은 "고령화가 노동공급 제약하는 속도가 빨라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노동시장은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와 인적자본 형성 등을 통해 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한은이 개최한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국내외 노동시장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는데, 글로벌 공통적인 요인도 있지만 각국의 상이한 노동시장 여건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와 물가에 대한 영향이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뿐 아니라 한국은행도 노동시장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각국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러한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이어 "나아가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오늘 노동시장 세미나는 금통위원과 한은 스태프 간 연구주제를 놓고 긴밀히 협력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본부 재입주 후 처음으로 열렸으며, 팬데믹 이후 국내외 노동시장의 변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논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환영사와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의 모두 연설을 시작으로 2개 세션에서 총 3개의 논문 발표 및 토론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영경 "고용 양적 증가에도 질적 개선 제약"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행)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행)

서영경 위원은 '노동시장 변화와 통화정책적 함의'를 주제로한 모두연설을 통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양적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나,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실업자수 대비 빈일자리수 비율)는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양적 지표는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확대된 반면, 노동시장 긴장도는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양적 확대’와 상대적으로 ‘낮은 긴장도’의 배경은 △고령층과 여성층의 노동공급 증가 △노동시간 감소 △노동시장 구조개선 지연 등에 기인한다고 서 위원은 설명했다.

서 위원은 "고용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질적 개선이 제약되면서 노동시장의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며 "특히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화, 노동생산성 하락 등 고용상황 변화가 장기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정부지출 확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실질중립금리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와 고령층 저축증가, 안전자산선호 등으로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서 위원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구조개선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구조개선 노력의 예로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을 꼽았다.

이어 "실업률, 고용률 등 전통적 지표가 고용 및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현실 적합성이 높은 고용지표를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노동공급 확충 방안 모색해야"

이어진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상황' 세션에선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이 '주요국의 노동수급 상황과 임금상승 압력'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 차장은 "한국은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크지 않은 데다 고용비중 및 가격전가율이 높은 서비스업에서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노동수급 상황에 기반한 임금 및 물가상승 압력, 지속성이 미국 등 주요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면서 임금동학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장기 시계에서 노동공급 확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세션에선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이정익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팀장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팀장은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크게 나타나고,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근원물가에 전가되는 2차 파급영향은 한국에서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2차 파급영향이 근원물가의 둔화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에너지원자재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2차 파급영향에 따른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다만, 최근 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 등 비용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근원인플레이션에 대한 2차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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