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마법의 주차' 4WS…자율주행시대에 다시 시동

입력 2023-04-27 06:00 수정 2024-01-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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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산업의 다양한 기술분야 화두 가운데 하나가 ‘사륜조향장치’(4WS)다. 흔히 네바퀴굴림 자동차를 의미하는 4WD(사륜구동)는 익숙하지만, 4WS는 상대적으로 생경하다. 4WS는 앞바퀴는 물론 뒷바퀴까지 각도를 틀어가며 차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시스템이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달리고 회전하며 멈춘다. 이 가운데 회전을 담당하는 게 앞바퀴, 즉 조향바퀴다. 이름 그대로 운전대를 돌리면 그만큼 앞바퀴가 회전하면서 나아가는 방향을 바꾼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선보인 '리어-액슬 스티어링(Rear-Axle Steering)' 시스템. 저속에서는 운전대와 반대방향으로 최대 10도를 비틀 수 있다. 회전반경을 최대 1m 줄일 수 있다.   (출처=다임러 미디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선보인 '리어-액슬 스티어링(Rear-Axle Steering)' 시스템. 저속에서는 운전대와 반대방향으로 최대 10도를 비틀 수 있다. 회전반경을 최대 1m 줄일 수 있다. (출처=다임러 미디어)

◇저속·고속 따라 바뀌는 4WS

네바퀴가 모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4WS 개념은 1980년대 일본에서 상용화됐다. 개발은 1960년대에 이미 시작했으나 양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1980년대 ‘버블 경제’가 극에 달했던 일본은 글로벌 주요 시장으로 자동차 산업을 확대하면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겼다. 이렇게 곳간을 채워가는 한편,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해 신기술을 속속 뽑아냈다. 당시 혼다와 마쓰다 등이 4WS를 속속 개발해 양산차에 썼다.

4WS는 구조가 복잡하다. 이를 도입하면 실내공간, 특히 뒷자리가 좁아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여기에 비싼 가격도 단점으로 꼽힌다. 1980년대 야심 차게 등장했으나 금세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4WS의 작동 방식은 주행 환경에 따라 제각각이다. 속도에 따라 뒷바퀴의 비틀어지는 방향과 각도가 각각 다르다.

예컨대 저속에서는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과는 반대로 뒷바퀴가 꺾인다.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주차할 때 거동이 쉬워진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도 웬만해선 차 옆구리를 긁힐 염려가 적다는 뜻이다.

앞바퀴만 회전하면 앞바퀴와 뒷바퀴의 회전 궤적이 서로 다르다. 앞바퀴가 멀리 회전하는 것과 달리 뒷바퀴는 안쪽으로 가깝게 회전한다. 이렇게 앞바퀴와 뒷바퀴의 궤적이 달라질 때 발생하는 차이를 이른바 ‘내륜차’라고 부른다. 회전할 때 차 옆에 있는 기둥에 종종 옆구리를 긁히는 것도 이런 내륜차 탓이다.

이때 4WS가 장착됐다면 한결 회전이 쉬워진다. 앞바퀴만 방향을 바꿀 때보다 회전반경이 작아져 좁은 도로에서도 손쉽게 U턴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기준으로 전체 회전지름은 2m가 감소한다.

▲4WS 시스템을 갖춘 차(왼쪽)와 그렇지 않은 차(오른쪽)는 좁은 도로에서 회전, 또는 주차장에서 그 효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4WS 시스템을 갖춘 차(왼쪽)와 그렇지 않은 차(오른쪽)는 좁은 도로에서 회전, 또는 주차장에서 그 효과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상태로 중속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면 일반 차와 유사한 모습이다.

다만 이 영역을 벗어나 고속에 접어들면 뒷바퀴는 작동방식을 바꾼다. 저속에서 운전대와 반대로 움직였던 뒷바퀴가 고속에서는 운전대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고속으로 달리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장애물을 피할 경우 자동차는 자칫 중심을 잃게 된다. 급격한 운전대 조작 탓에 차 뒤쪽이 운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반면 4WS는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꺾어도 차의 거동이 안정적이다. 네바퀴가 동시에 같은 방향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결국 뒷바퀴도 함께 조향에 참여하는 4WS는 △저속에서는 운전대와 반대 방향으로 △중속에서는 일반차와 동일하게 △고속에서는 운전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뒷부분이 코너 바깥으로 멋지게 미끄러지는 이른바 ‘드리프트’ 주행은 불가능해진다.

◇1980년대 일본차가 기술 선점

4WS는 1980년대 일본 주요 자동차 회사가 먼저 개발하면서 갖가지 특허를 틀어쥐고 있었다.

30여 년이 지나면서 특허 대부분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기술을 앞세워 일본의 특허를 피해간 4WS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차들의 특허 대부분이 유압식 운전대인 반면, 최근 전자식 운전대가 등장하면서 이 특허를 피할 수 있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클래스에 네바퀴 조향 시스템인 4WS가 장착돼 관심이 쏠린다. 고래 등처럼 길게 뻗은 대형 세단이 좁은 주차공간을 손쉽게 파고드는 모습이 공개되자 차에 관심이 없었던 일반인도 깜짝 놀랐다.

비슷한 무렵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2세대 G80 스포츠를 앞세워 4WS를 선보이기도 했다. 뒷바퀴의 비틀어짐 각도가 S-클래스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지만 우리 주변까지 4WS가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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