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내놨지만…"공인중개사 전세사기 가담은 막을 방법 없다"

입력 2023-04-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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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이 회견은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주최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이 회견은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주최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공인중개사들의 가담 사례 역시 계속 드러나고 있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부동산 거래사고를 막고 시장의 질서를 지켜야 할 공인중개사들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개인의 일탈로 보기 힘든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를 막아낼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 구리경찰서는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의 전세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40여 명을 입건했다. 이들의 법에서 정한 것보다 많은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데 경찰은 사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와 관련해 구속된 일당 61명 중 9명이 공인중개사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실시한 특별단속을 통해 입건된 피의자 2188명 중에서는 19%에 해당하는 414명이 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련 상황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세사기 사례와 여기에 연루된 공인중개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는 공인중개사의 도움 없이 성립될 수 없는 일"이라며 "단순히 계약서만 써줬느냐 아니면 적극적으로 피해자가 된 세입자를 끌어모았느냐와 같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한 지역에서 수십~수백 건의 거래를 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을 속이는 데 계약서 작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인중개사가 모를 리 있겠냐"며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공인중개사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기도 그렇지만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엄정숙 법무법인 법도 변호사는 "공인중개사에게 매물에 관한 위험 설명 의무 등을 강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 기준을 명확히 정하기 어렵고 의무가 있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법·제도 측면에서 마땅한 방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규 교육 과정에서라도 부동산 거래 관련 교육을 의무화해 소양을 높이는 게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한국공인중개사회 가입 의무화 입법도 부정 행위를 방지하는 데 별효과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개업공인중개사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공인중개사회의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의무 가입이 어떻게 윤리의식 제고, 불법·부정 행위 감소와 연결된다는 지 모르겠다"며 "협회의 회원 수 확대 외에 다른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는 최소한 모든 공인중개사를 회원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무화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결국 공인중개사들의 자정 노력밖에 없다는 게 다수 부동산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전적 유혹에 빠져 비정상적인 매물을 중개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지속적으로 전문가로서의 의무와 윤리의식을 환기할 필요가 있는 데 지금은 실무 차원의 보수교육 밖에 없다"며 "공인중개사에 대한 윤리교육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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