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ㆍ태평양 전역 협력 확대"…한국 역할 바뀌나

입력 2023-04-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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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성명, 중국 직접 언급 피했지만…반발 예상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한국의 역내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걸친 상호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발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포함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이슈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다. 또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와 관련한 내용은 별도의 챕터에 할애해 다뤘다. 앞서 지난해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발표된 공동성명은 확장억제 등 한미 양자 이슈를 먼저 다뤘으며, 인태 지역 협력에 대한 별도 챕터도 없었다.

이는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진영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동맹인 한국이 역내에서 지금보다도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미국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기조를 바탕으로 지난해 첫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공급망의 분절과 교란, 식량과 에너지안보 문제 등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이 도전받고 위협받고 있다"며 "가치 동맹인 한미동맹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성명엔 인태 지역에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듯한 문구가 곳곳에 담겼다. 성명은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명시했다.

성명은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과 매립지역 군사화 등을 언급한 대목은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주변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의 7개 암초를 매립해 군사 요새화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한미 정상 성명은 대만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는 표현이 아닌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포괄적으로 거론했다. 성명이 '현상변경'의 예로 적시한 것은 '불법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 등 남중국해 관련 중국의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반대 의미는 전달하되, 대만에 대한 현상변경 반대를 특정하지 않고 인태 지역에서의 포괄적인 현상변경 반대를 언급해 중국의 반발 여지를 줄이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외교적 결례 수준의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역내에서 벌여 온 경제 관행에 대해서는 좀 더 선명히 날을 세우는 메시지가 담겼다. 한미 정상은 "경제적 강압과 외국기업과 관련된 불투명한 수단의 사용을 포함한 경제적 영향력의 유해한 활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반대를 표명하며,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입장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강압'은 미국이 통상 중국의 경제적 관행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으로, 중국의 경제 관행에 대응하는 국가 연대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작년 5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됐을 때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핵협의그룹(NCG) 설립 등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도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NCG는 확장억제 관련 새로운 정례 협의체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선언'에 대한 내용을 중국에 사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중국이 가질 경계심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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