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 단지된 스팩, 현금 고갈에 파산 늘어난다

입력 2023-04-27 14:27 수정 2023-04-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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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상장사 101개사, 1년래 현금 고갈 전망
버진오빗 등 12곳은 이미 파산
고금리 기조에 유동성 줄면서 취약해져

한때 우회상장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애물단지가 되면서 파산을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스팩리서치와와 팩트셋의 데이터를 토대로 2016~2022년 사이에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342개 회사를 분석한 결과 약 101개사가 향후 1년 이내에 보유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미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던 회사 중 최소 12곳이 파산했고, 상당수 기업의 주가는 증시 상장 당시보다 90% 넘게 떨어져 주당 1달러 밑에서 거래돼 상장폐지 위험에 처해있다.

스팩은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백지수표 회사’ 혹은 ‘페이퍼 컴퍼니’라고 불린다. 까다로운 상장 절차 없이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주목받았다.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던 2020년 스팩 열풍이 불었다. 각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자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났고, 증시는 활황세를 구가했다. 그 결과 직접 상장을 꺼리던 기업들이 스팩을 통해 속속 증시에 데뷔했다. 이들 기업의 다수가 증시 데뷔 당시 기업가치로 수십억 달러를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스팩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금리 기조에 유동성 대폭 줄어들면서 시장은 변동성에 취약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괴짜 억만장자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이 이끌었던 소형 위성 발사업체 ‘버진오빗’이다. 이 회사는 2021년 스팩을 통해 상장할 당시 30억 달러(약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보잉을 비롯한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로켓 공중발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이달 초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버진오빗은 이 기술로 2021년 1월 이후 지금까지 6번의 위성 발사를 시도해 4번은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이었던 올해 1월 영국 콘월에서의 소형 인공위성 발사가 실패하면서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플로리다대 워링턴경영대학원의 제이 리터 교수에 따르면 스팩 열풍이 절정이었던 2021년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약 15%만이 흑자를 냈다. 이는 2013~2020년 사이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 중 30%가 이익을 냈던 것과 대조적인 것이다.

이에 최근 몇 달 새 부도를 막고자 낮은 가격에 매각되거나 비상장사 전환을 택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기업이 허리띠 졸라매는 것을 넘어 일부 경영권을 내려놓거나, 고금리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현금을 조달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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