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 도약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연구개발(R&D) 영역에 1조2000억 원, 시설 설비·인수합병(M&A) 등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지금부터 5년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를 좌우할 적극적 투자의 시기다. 향후 3년은 집중적인 투자 시기로 보고 매출이나 이익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있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앤데믹에 접어들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4% 감소한 206억 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손실은 292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안 사장은 향후 5년간 2조4000억 원을 투자하며 △해외사업 확대 △백신 사업 강화 △신규 플랫폼 확보 △엔데믹 대응 포트폴리오 및 인프라 확장 등 세부계획을 제시했다.
해외 현지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에 나선다. 글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는 백신의 개발·제조·생산 역량을 해외 정부 및 파트너사에 이전해 각 지역의 요구사항에 맞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 역량 등에 대해 기술수출의 가치를 지분으로 인정받는 등으로 진행하며 자본이 크게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해외 정부와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중동, 동남아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백신 위탁생산(CMO)도 늘릴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천 송도에 ‘글로벌 R&PD 센터’도 구축하고, 안동 L하우스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안 사장은 “특히 송도 R&PD 센터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R&D 허브가 될 것”이라며 “유수의 연구기관이 많이 들어와 시너지를 창출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2025년 완공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백신 파이프라인도 확대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지난해 440억 원 수준의 자체 개발 백신 매출 규모를 내년 22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의 해외 인허가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중장기 성장을 가속할 블록버스터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Pan-sarbeco)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등의 고도화 및 신규 개발을 위한 R&D를 진행 중이다. 이들 백신은 성공적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mRNA 등 신규 플랫폼 확보에도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부터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빌&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등과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 도입 및 공급 계약을 완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기관 및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mRNA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기존 mRNA 백신의 한계로 지목되는 열안전성 및 높은 가격 문제 등을 개선한 백신으로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에서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어갈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BN.1, XBB 등 신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빠르면 상반기 중 변이 예방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며 연내 영국, 세계보건기구(WHO) 허가 등도 완료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변이에 대응하는 다가 백신 △사베코 바이러스(Sarbecovirus)를 표적으로 한 범용 코로나 백신 △전방위적 바이러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혁신적 의약품인 비강 스프레이(Nasal Spray) 등의 기초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안 사장은 “CGT CDMO 분야 중 바이럴 벡터(바이러스 전달체)에 먼저 도전하겠다. 바이럴 벡터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모두에 쓰여 범용성이 있다”며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좋지 않으면서 CGT 개발 임상도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가치가 떨어진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고 판단한다. 이후 CGT CDMO, CGT 신약개발까지 3단계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백신 및 바이오 기업들에 R&D를 포함한 전반적 영역의 체계적 투자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 역사적 계기”라며 “백신 기업으로 국민이 보내준 격려가 저희 마음속에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다. 빚진 마음을 잊지 않고 한순간 허언에 끝나지 않도록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겠다. 대한민국이 백신·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