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체 배출량 감축목표 낮춰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최초의 국제법은 1997년 교토에서 만들어지고 2008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다.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195개국 중에서 산업화 이후부터 현재까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많은 선진 37개국에만 의무감축을 부과했다. 이 법의 효력은 5년간(2008~2012년)만 유효한 한시적인 것이었다(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 만들기에 실패한 탓에 이 법의 효력은 결국 2020년까지 연장됐다). 선진 37개국의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0%에 불과했고, 이들의 감축목표량도 1990년 대비 5.2%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교토의정서가 성실하게 지켜지더라도 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당사국 모두가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대폭 감축해 지구의 온도상승을 의미 있게 줄이기로 합의한 국제법이 2015년에 합의된 파리협정이다.애당초 파리협정은 유럽연합에서 제기한 기후목표(climate target)인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금세기 말까지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그 목표에 맞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모두가 2030년까지 달성할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량(NDC)을 유엔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5년마다 더 강화된 안을 다시 제출하는 체제).
그렇게 2015년에 첫 번째 NDC가 제출됐다. 2018년에는 지구평균온도 상승 억제목표를 애초보다 2배로 강화하자는 합의가 이뤄졌고 그에 맞춰 각국은 첫 번째 제출한 NDC보다 훨씬 강화된 NDC를 다시 제출해야만 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로부터 훨씬 강화된 NDC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렇게 제출한 것이 2021년 11월에 나온 두 번째 NDC였다. 2018년 대비 40%를 줄인다는 것이었고, 어느 항목에서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상세히 제시했다.
탄소포집·저장 기술은 실현 불투명
이 안은 2024년부터 2년마다 ‘격년 투명성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해 검증받아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문재인정권은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었고 그 법안은 2022년 3월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정부가 5년 주기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구체적인 방법과 탈탄소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제시하는 기본계획을 작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기본계획이 환영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에 압도적인 책임이 있는 산업체의 배출량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낮춘 것과 온실가스 감축을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아주 조금만 줄이고 실질적 감축은 그 이후로 미뤘다는 사실에 있다. 감축 달성도 원전확대에 의존한 발전부문과 제도적·기술적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기술(탄소포집과 저장 및 재사용)과 국제 감축 부문에 떠넘겼다는 점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탈탄소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 문제를 다루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정부 장차관과 몇몇 에너지 전문가로 구성했다. 애당초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본계획을 만들려는 생각은 있었을까? 여전히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정부의 처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