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통령실을 품고”…향나무 반겨 맞는 '금단의 땅'

입력 2023-05-02 15:51 수정 2023-05-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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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용산공원 어린이정원 개방...'취임식 백드롭' 어린이 그림 조형물 전시

대통령실을 품고

(김윤호 기자)
(김윤호 기자)

4일 개방되는 용산어린이정원(정원) 홍보영상에 나오는 문구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본격 조성되고 있는 용산공원은 전체부지의 10분의 1 넓이인 정원부터 일부 개방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업적인 만큼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했다.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한 벙커와 121 병원 출입구로 쓰이며 용산기지 게이트 14로 불리던 곳이 용산어린이정원의 주출입구가 됐다. 용산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입구다.

입구에 들어서 기자를 처음 맞은 건 오래된 향나무였다. 지난 임시개방 때 덩그러니 있었지만 현재는 주변에 데크와 정원을 마련해 ‘향원’이라 이름 지어졌다. 그 앞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용산공원 추진단장은 용산기지 부지 300만 평 중 30만 평이 정원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김윤호 기자)
(김윤호 기자)

정원에 마련된 시설들 중 첫 순서로 홍보관을 찾았다. 미군 숙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홍보관에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해방 후 미군 주둔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120년 역사를 지도·연표·사진·영상에 담았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현재 공원 조성까지 기록돼있다. 또 대통령실과 어우러지는 정원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홍보영상도 별도로 상영하고 있다.

성인과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인 ‘용산 서가’도 마련돼있다. ‘어른들의 서가’에는 통창을 통해 장군숙소 지역을 보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세종도서 선정작들을 큐레이팅 한 도서들이 분야별로 즐비해있다. ‘어린이의 서가’도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도서들이 구분돼 놓여있는데, 아이들을 돌볼 인력들도 상주할 예정이다. 도서들은 향후 추가로 구비한다는 계획이다.

용산 서가에서 보이는 장군숙소 지역은 미군 장교들이 살던 붉은색 지붕 단독주택들이 늘어서있다. 60년도 넘은 건물들이 많아 보존가치가 높다는 설명이다. 문화·휴식·편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인데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건물들 사이사이에는 주택들만큼 오래된 ‘나무 전봇대’들이 서있다. 미군이 쓰던 110볼트로 현재 쓰이는 220볼트 콘크리트 전봇대들과 섞여있다.

(김윤호 기자)
(김윤호 기자)

전시관에는 ‘온화(溫火, Gentle Light)–따스한 불빛으로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히다’라는 주제의 한사일로 랩의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상설 전시돼있다. 용산의 미래를 밝히려는 염원을 담은 1500여 개의 전통창호 모양의 빛들을 볼 수 있다.

LH 관계자는 본지에 “전시관에는 현재 상설전시 외에도 향후 다른 전시들도 전시관에 들여서 공간을 다변화시킬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전시관 옆에는 버스킹이나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이음마당과 함께 이벤트하우스가 마련돼있다. 여기에서 윤 대통령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벤트하우스 앞에는 지난해 5월 취임하던 윤 대통령의 뒤에 배치됐던 그림이 담긴 조형물이 있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조합해 만든 것인데,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이를 다시금 활용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윤 대통령 취임식에 놓았던 백드롭 그림과 같은 것으로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이투데이DB)
(김윤호 기자, 이투데이DB)

드넓은 잔디마당을 두르고 있는 데크 등으로 이뤄진 산책길은 가로수길을 따라 놓여있다. 이를 따라 걷다 뒤를 돌아보면 대통령실 청사와 남산타워가 나란히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산책길 옆에는 2개의 기록관들이 지어져있다. 하나는 수 코스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군 가족의 집을 재현했고 또 하나는 1960~1970년대 미8군 클럽 이야기를 전하고 당시 가수들의 대표곡을 LP판으로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산책길 끝에는 전망언덕이 있는데, 인공적으로 조성한 꽃밭과 바위, 이끼를 지나 오르면 더 가까워진 대통령실 청사와 남산타워가 한 눈에 보인다.

용산공원을 둘러본 기자단은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에서 대통령 참모진을 만나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파인그라스라는 명칭을 직접 지은 윤 대통령도 이윽고 이곳을 찾아 용산공원 개방에 대한, 또 곧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우선 정원에 대해 “용산공원에 (대통령 기념) 나무를 심고 기념비나 동상을 세우자는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없어서 어린이정원이라 이름 붙이고 잔디밭을 만들라 했다. 더워져도 놀 수 있게 분수정원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일주일 앞둔 데 대해 “비판도 격려도 받으면서 언제 1년이 오나 했더니 벌써 왔다”며 “정권이 교체되고 과연 우리나라와 사회가 얼마나 활기차고 따뜻해졌고, 미래세대에 꿈을 줄 수 있고,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그리고 우리 안보와 안전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되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정원에 향후 윤 대통령과 관련한 시설이나 기념품 판매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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