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체감하기 어려운 3%대 물가, 유통구조 혁신 손 놓은 정부

입력 2023-05-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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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비자물가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수준까지 올라갔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물가만 놓고 보면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와 맞먹는 상황을 지나온 셈이다.

1~2%대로 안정적이었던 소비자물가는 2021년 10월 3%대로 올라선 뒤 지난해 3월 첫 4%대, 5월 5%대, 급기야 6월에 6%대, 7월에 6.3%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올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2개월 만에 3%대로 다시 내려왔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설정한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 목표는 연 2%다. 한은에 따르면 아직 1%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3%대로 둔화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자세히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이다. 2020년을 100이라고 봤을 때 현재 수준을 나타낸다. 전년동월대비 3.7% 올랐다고 하지만 물가의 오름세를 확연하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배포하면서 일러두기에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가격의 절대 수준을 나타내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품목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품목성질별 등락률 및 기여도를 보면 전년동월비가 3.7%에 그친 것은 석유류가 16.4%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석유류의 전년동월비 기여도는 0.90(마이너스)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전기·가스·수도는 23.7%가 급등했는데 기여도는 0.80으로 석유류보다는 작다.

또 채소류는 7.1%, 가공식품 7.9%, 외식은 7.6%로 평균 3.7%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우리가 주로 대형마트나 시장, 식당에 가서 보는 체감 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4월 소비자물가가 3%대로 둔화할 것이라는 것은 앞서 정부가 예측한 수준이다. 이 말은 정부가 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24일 국무회의에서 4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연장하고 닭고기와 명태, 대파와 무 등 밥상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농·축·수산물 7개 품목의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다. 우선 전기요금은 1분기 kWh당 13.1원 올리기는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국전력공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대로라면 아직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2∼4분기에 세 차례 연속으로 kWh당 평균 12.8원씩을 더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스요금은 1분기엔 동결했다. 1분기가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인 데다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대폭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사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요금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동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구조의 혁신과 같이 가지 않으면 정부 재정만 축낼 뿐이다. 올해 3월까지 벌써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조 원이나 덜 걷혔다. 4년 만에 세수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라졌던 해외 예능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장을 보거나 식당에서 주문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물가가 낮다는 생각이 든다. 실례로 스페인에서 4명이 소고기와 양송이를 9500원에 구매해서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페인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나라가 기형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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