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빚 못갚아” 채무조정 신청 역대 최대…커지는 취약차주 ‘비명’

입력 2023-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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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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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취약 차주가 올해 1분기에만 4만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차주의 최후 수단인 법원의 개인회생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5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따르면 올 1분기 채무조정을 신규로 신청한 인원은 4만6067명으로, 전년 동기(3만2005명)보다 43.9% 급증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15.9% 늘었다.

이는 분기 신청자 기준 1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해 1분기 3만2005명, 2분기 3만2662명, 3분기 3만3943명, 4분기 3만9734명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를 위해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채무감면을 해주는 제도다. 채무조정 프로그램별로는 연체기간이 30일 이하인 차주에게 6개월의 긴급 상환유예와 최장 10년의 분할상환을 제공하는 ‘신속채무조정’ 신청자가 올해 1분기 1만338명이었다.

연체기간 31~89일인 단기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1만945명으로, 전년 동기(5993명)보다 두 배 늘었다. 프리워크아웃 대상자는 연체이자 면제 및 30~70%의 금리 감면, 최장 10년의 분할상환을 할 수 있다.

연체기간 90일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2만4784명이었다. 개인워크아웃은 상환기간 연장, 채무원금 감면 등이 가능하다.

신복위 관계자는 “늘어나는 신청자들과의 상담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전산 자동화하고 상담 인력을 추가로 투입했다”면서 “은행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리워크아웃(원금상환 유예) 제도 등 은행권에서도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달 30일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2만3067명, 채무액은 3조4805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이 보유한 금융권 대출에 대해 새출발기금 신청을 통해 상환기간은 늘려주고 금리 부담은 낮추고 채무상환이 어려운 차주에게는 원금 조정을 도와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채무조정 신청자는 △지난해 12월 1만4697명 △올해 1월 1만7267명 △2월 1만8984명 △3월 2만1544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의 개인회생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인회생 사건 접수는 1만1228건으로 전년 동월(7455건) 대비 50.6% 증가했다. 개인회생 월간 신청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1만489건) 이후 처음이다.

법원의 개인회생은 소득은 있지만, 과도한 채무 부담을 진 차주들을 위한 것으로 3~5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개인회생 신청은 지난해 5~10월까지는 매달 7000건대를 기록했지만 11월부터 신청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올해 1~3월까지 누적 신청건수는 3만182건에 달한다.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까지 올해 안에 종료되면 채무조정이 필요한 취약차주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 의원은 “부채 부담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고 상황이 더 엄중해질 것”이라면서 “개인회생절차 관련 제도 개선, 금융당국의 종합 모니터링과 이에 대한 상응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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